제주도가 2017년부터 1단계 중앙버스차로제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시청~아라초등학교 사거리 2.7㎞ 구간의 한 버스정류장. 제주도는 2025년까지 제주시 서광로 구간(광양사거리~연동 입구)을 시작으로 동광로, 도령로, 노형로 구간 총 10.6㎞에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2단계 중앙버스차로 공사를 진행한다. /제주도

제주도가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중앙버스차로제를 두고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현재 도로 가장자리 차선에 가로변(街路邊) 버스차로제를 운영하는 제주시 서광로 구간(광양사거리~연동입구)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동광로, 도령로, 노형로, 중앙로 구간 총 10.6㎞에 중앙버스차로를 설치하는 중앙버스차로제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2단계 공사 계획은 국토교통부 계획에도 반영됐다. 총사업비는 318억원이다. 먼저 3.1㎞ 구간의 서광로 중앙차로 설치 공사부터 진행된다. 이어 동광로 2.1㎞, 도령로 2.1㎞, 노형로 1.7㎞, 중앙로 1.6㎞ 구간은 2025년 12월까지 차례로 중앙버스차로로 바뀐다.

앞서 제주도는 1단계 중앙버스차로제 사업을 추진해 아라초사거리~제주시청, 제주공항~연동입구 구간 중앙버스차로를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중앙버스차로제가 확대되면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신속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2017년부터 운영 중인 1단계의 만족도가 73%에 이른다”며 “이번에 추진하는 2단계 중앙버스차로 사업 중 서광로 구간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미 운영 중인 1단계 중앙버스차로제와 연결돼 아라초등학교에서 제주공항까지 이동 시간이 33분에서 21분으로 준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또 “중앙버스차로제를 하면 버스가 제 시간에 오는 확률이 커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추진되면서 정작 보행자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로 중앙에 정류장 등을 신설하면서 양측 인도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설계도에 따르면 신설 정류장이 설치되는 도로는 양끝 인도 폭이 줄어든다. 서광로에 있는 한국병원 앞 도로의 경우 양 끝단에 6m씩 확보돼 있던 인도가 각각 3.8m, 4.3m로 줄어든다. 광양사거리는 양쪽에 6.4m씩 확보돼 있던 인도가 각각 5.6m로 좁아진다.

양영식 제주도의원은 “설계도를 보니 정류장 간 거리가 100m도 채 되지 않아, 차가 출발하자마자 다시 정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사업으로 버스의 신속성과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류장을 설치하는 곳은 가로수가 사라지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대폭 줄어든다”며 “오로지 버스만 보고 단편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 지역 16개 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성명을 통해 “중앙버스차로 1단계 사업으로 인도를 줄이고 가로수를 뽑아서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했지만, 대중교통 분담률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1단계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이고, 중앙버스차로 조성만으로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화단이 사라지면서 인도와 차도의 완충 녹지 지대가 없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설계도에 따르면 서광로에 있는 용천마을과 광양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는 화단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 중앙버스차로제 운영으로 유턴 구간이 사라지면 상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나온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모(51)씨는 “중앙버스차로제로 유턴 구간이 사라지면 고객 방문이 불편해져 매출이 떨어지게 된다”며 “현재 가로변 버스차로로 운영해도 대중교통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헌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인도는 최소 3m 이상 확보하고 있다”며 “정류장이 도로 중앙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인도 통행이 오히려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국장은 또 “중앙버스차로제가 확대되면 자가용 운전자들이 승용차 대신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며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이 높아지면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버스 이용 빈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