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육계가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강원 학생 성장 진단평가(이하 진단평가)’ 시행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 성향 교원 단체들은 “하위권인 강원도 학생의 학력 신장을 위해 진단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진보 성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신 교육감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지난 12년 동안 이어진 진보 성향 교육감 시대를 끝내고 보수 성향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그는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학업 성취도 평가의 부활을 통한 학력 향상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는 전교조 출신 민병희 전임 교육감이 2010년 당선된 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던 강원도 단위의 학업 성취도 평가를 폐지했다. 이에 대해 신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이 학업 성취도 평가를 폐지한 탓에 기초 학력 진단이 어려워졌고, 이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 저하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신 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후 “연 1회 이상 강원도 단위의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이에 맞춰 오는 11월 초등학교 4학년은 국어·수학,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2~3학년은 국어·영어·수학에 대한 진단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진단평가 시행에 대한 강원 교육계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보수 성향 교원 단체인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29일 “학생 평가는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받을 권리의 중요한 교육 행위이고,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규정된 교육 당국의 책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하위권 수준인 강원도 학생의 학력 문제에 대해 도내 학생의 학력 수준과 지역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정책을 입안한다는 취지의 진단평가는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강원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진단평가는 과거 수많은 부작용을 남긴 일제고사의 부활로 도내 학원가와 사교육 업계에 종합 선물 세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학교에서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등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강원도교육청의 진단평가 부활은 교육과정 파행과 학생 인권 침해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강원교육사랑 학부모연합,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강원본부 등은 “학력 평가는 아이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방법”이라며 “학력 수준과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부모들의 자녀 교육권”이라고 했다. 반면 강원도학부모연합회는 “줄 세우기를 안 하겠다고 하지만 한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에 대해 부모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교육청과 전교조가 각각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6일 브리핑을 통해 “1905명의 설문 참여 교사 중 74%가 학생 진단을 위한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교조는 지난 22일 “교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28명의 참여 교사 중 67.3%가 진단평가 시행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 강원 학생 성장 진단평가가 시행되지만,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반쪽 진단평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제고사를 치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강원도교육청과 전교조 간 단체협약 때문이다. 전교조 출신 민병희 전 교육감이 지난해 7월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도교육청 주관 일제 형식 평가를 근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강원도교육청은 일단 올해는 진단평가 시행 여부와 시행 시기를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내년부터는 진단평가를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다음 달 6일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며 “내년부터는 단체협약을 개정해 학생들의 학력을 제대로 평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