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경북소방본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7명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이날 오전 ‘차를 빼러 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실종자들은 앞서 오전 6시 30분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찾았다고 경북소방본부는 밝혔다. 그 뒤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현재 소방당국은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지하 1층이 주차장인데 길이가 150m, 높이는 3.5m, 너비는 35m에 달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이 아파트에는 중앙구조본부 특수대응단, 경북과 영천, 포항남부, 포항북부, 경주소방서 등 90여명과 소방차 40여대가 동원돼 있다. 실종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주차장 내부는 흙탕물이 가득 차있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5개만 간신히 보이는 상태다. 소방대원들은 지하로 내려가기 쉽게 계단 난간을 자르기도 했다. 지하에서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모습도 보였다. 면적 5250㎡(약 1588평)인 지하주차장은 5개동 아파트 주민들이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후 4시 현재 배수는 20% 진행된 상태다.

소방당국은 갑작스런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물이 지하 주차장으로 한꺼번에 유입됐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또 소방 관계자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갑작스런 폭우에 소방차들이 현장에 제때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실종자 7명이 발생한 포항 아파트 침수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도심 곳곳이 침수된 경북 포항에서 사망이나 실종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에서 2명, 경주에서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9시 46분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구정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A(66·여)씨가 6시간 만인 오후 3시 3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자 차량 이동을 위해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또 이날 오전 7시 57분쯤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B(75)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B씨는 딸, 남편(80)과 함께 걸어서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7시 36분쯤에는 포항시 인덕동에서 신원 미상 남성이 구조를 요청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연락이 두절됐다.

경주소방서는 이날 오전 11시쯤 경주 진형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난 주택은 담장과 건물 사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벽과 창문이 토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토사가 집안으로 밀려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