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4시 29분쯤 제주 서귀포 성산읍 성산항에 정박 중인 어선 3척에서 불이 나 해경과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고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4일 새벽 서귀포시 성산항에 정박 중인 어선 3척에서 발생한 불이 선박 내에 다량 적재된 기름 탓에 12시간 넘게 꺼지지 않았다. 해경은 화재 확산에 대비해 항내 어선 484척에 대한 이동 지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9분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 내 정박 중인 연승어선 3척(29t·29t·47t)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장비와 인력이 모두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해경은 경비함정, 연안구조정, 구조대 등을 급파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다행히 화재 당시 어선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꺼져가던 불이 선박에 있던 기름에 옮겨붙으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해경에 따르면 신고 접수 3시간 만인 오전 7시21분쯤 큰 불이 잡혔으나 어선에 실린 기름 탓에 불이 다시 붙으며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A호 등 화재 어선 3척에 적재된 기름만 약 8만5000ℓ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는 발생 12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59분 완전 진화됐다.

화재 어선 3척 외에 다른 어선으로까지 불이 옮겨붙은 상황은 아니지만 해경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인근에 있는 어선 484척에 대피 지시를 내린 상태다. 특히 4호 태풍 에어리 북상으로 성산항에 피항해 와 정박 중인 선박들이 평소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경은 화재 현장 인근 해상에 오일펜스 160m를 설치하고, 방제정을 투입했다. 서귀포시는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다량 발생하자 주민과 통행 차량에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처음 불이 난 선박의 홋줄이 끊긴 후 떠밀리며 옆에 있던 다른 선박들로 불이 번졌다”며 “선박 내 잔류 인원은 없었고, 불이 완전히 꺼지고 나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