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을 하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최형철)는 24일 A(39)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와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새벽 1시 30분쯤 술에 취한 채 카니발 승합차를 몰고 대전시 서구 한 교차로를 지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2명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를 낸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한 A씨는 사고 지점에서 약 4㎞ 떨어진 유성구의 도로 옆 화단을 들이받고서야 차를 멈췄다. 뺑소니 사고로 20대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고, 30대 남성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여성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대전에 살며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으로,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사고 당시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3%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교차로 보행신호를 위반한 채 과속(시속 75㎞)으로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도주하던 중 화단을 들이받아 차가 멈추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를 떼어낸 채 현장을 벗어나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는데, 판결문에 어떠한 표현으로도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유족이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와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살인에 준하는 범죄”라면서도 “원심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심의 양형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숨진 여대생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 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처벌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