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제주시 동복 폐기물소각장./제주도

제주 지역 신규 광역 폐기물 소각 시설 입지 선정 공모에 3개 마을이 신청해 서로 유치하겠다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폐기물 소각 시설은 혐오 시설로 여겨져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3개 마을이 공모에 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제주도는 신규 광역 폐기물 소각 시설 입지 공모를 마감한 결과 서귀포시 지역 3개 마을이 응모했다고 16일 밝혔다. 제주도는 신청 마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3개 마을 모두 1000가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마을은 공모 신청 조건에 따라 마을 총회를 거쳐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뒤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사업지 경계로부터 300m 이내 거주하는 가구주 80% 이상의 동의도 받았다. 사유지인 경우 토지 소유자의 매각 동의서도 첨부했다. 특히 혐오 시설이 마을에 들어올 때 반대 활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청년회⋅부녀회 등 마을 자생단체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도 넣었다.

강명균 제주도 생활환경과장은 “폐기물 소각 시설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 사례는 전국에서 제주도가 처음”이라며 “혐오 시설이라 재공모하는 상황이 올 줄 알았는데 3곳이나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광역 폐기물 소각 시설(부지 면적 2만7000㎡)은 하루 380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 침전물 찌꺼기와 제주 지역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반출됐던 해양 폐기물 등을 처리하게 된다. 2025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기피 시설에 3개 마을이나 유치 신청을 한 주요 이유로는 상당한 경제적 혜택이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도는 폐기물 소각 시설이 들어서는 마을에 약 260억원의 마을 발전 기금을 지원해 마을회관⋅복지회관⋅목욕탕⋅태양광시설 등 주민 편익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매년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10%(약 3억~5억원)를 기금으로 조성해 주민 복리 증진 및 장학 사업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민들이 직접 현재 운영되는 폐기물 소각 시설을 둘러보고 환경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자발적 지원 동기가 됐다. 실제 유치를 신청한 한 마을은 지난해 12월 신규 폐기물 소각 시설 입지 공모 공고가 발표되자 마을 이장과 청년회장, 부녀회장 등 마을 운영위원을 중심으로 소각장 시찰단을 꾸려 2019년 11월부터 가동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폐기물 소각장을 찾아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소각장 현장을 다녀온 마을 운영위원들은 마을 총회에서 낙후된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보장된 폐기물 소각 시설 유치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담당 공무원들도 마을 총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도 관계자는 “신청에 앞서 폐기물 소각장을 둘러본 마을 운영위원들은 소각장 운영 실태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도는 유치 신청 마을을 대상으로 규정대로 신청이 이뤄졌는지 검증한 뒤 이달 중으로 3개 마을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후 6월쯤 입지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그동안 혐오 시설 입지는 행정 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여서 주민 반발이 뒤따랐다”며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민·관 갈등 소지를 없애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폐기물 시설 입지 선정 방식이 공모 형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제주=오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