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닷새간 계속되고 있는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이 장기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림 당국은 산불 면적이 워낙 넓고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산세도 험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울진·삼척의 경우 한때 화선(불줄기)이 60km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 산불로 번졌다. 특히 건조한 날씨에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며 불길의 위력이 커졌다. 산림 당국은 민가로 번지던 불을 제압한 뒤 헬기와 인력 등을 산림으로 집중 투입해 불길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아직도 화선 길이는 20km에 걸쳐서 넓게 분포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화재 면적이 워낙 넓어 빠른 시간 안에 완전 진화를 하기는 쉽지 않아 선택과 집중으로 불의 기세를 억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 지역에 굵고 큰 나무가 많아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도 진화를 어렵게 하는 한 이유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와 금강송면 소광리 일원의 경우 1ha당 임목축적(나무의 부피)이 300㎥에 달한다. 이는 1ha(가로 100m·세로 100m)의 면적에서 1t 트럭 300대 분량의 나무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 평균 1ha당 임목축적은 127㎥다. 산림청 관계자는 “울진 지역에 굵고 큰 나무가 많다 보니 화력이 세고 더 오래 타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험한 산세도 어려움을 초래했다. 산불은 헬기의 공중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최종 진압을 위해선 인력이 투입돼 잔불을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울진·삼척 일부 지역의 경우 산세가 험해 인력 투입이 어려운 상태다. 기상도 안 도와줬다. 산불 초기에는 강풍이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이후 바람이 잠잠해진 뒤에는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시야를 가리면서 오히려 헬기 진화의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선 산불 지속 시간이 지난 2000년 역대 최대 피해를 불러온 강원도 산불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시 강원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2000년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9일간 경북 울진까지 번지며 2만3794ha의 산림을 불태웠다. 당장 비 소식도 없다. 울진과 삼척 지역에는 오는 13일에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동해=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