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의학에서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한의학 처방인 ‘자금정(紫金錠)’이 간 섬유화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구한의대(총장 변창훈)는 ‘간질환한약융복합활용연구센터(센터장 김상찬)’에서 자금정이 간 섬유화를 억제한다는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지인 ‘Molecular and Cellular Toxicology’ 2022년 2월호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간 섬유화는 간 세포 손상 및 간의 염증이 장기간 지속돼 간에 섬유화(흉터)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8~20%가 간경화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간 섬유화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자금정은 산자고, 대극, 속수자, 오배자, 사향 등으로 구성돼 해독, 화담(몸에 열이 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입이 마르고 목이 잠기는 증상). 소종지통(큰 종기나 상처가 부은 것을 삭아 없어지게 하고 통증을 없애는 효능)의 작용이 있어 조선조 궁중에서는 납약(臘藥)이라는 이름으로 궁중 구급비상약으로 사용됐다. 또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고서에는 풍토병을 포함한 여러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효능과 악창(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악성 부스럼증)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김영우 교수(동국대 한의과대학)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발굴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자금정의 고전적 치료대상 외에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효능을 새로 밝혀내고 향후 간 섬유화를 포함하는 간장질환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연구센터 측은 밝혔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와 청신한약방에서도 자금정의 효능검증 연구를 통해 해독 기능 중 아토피 치료 효능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SCI급 학회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게재한 바 있다.
김상찬 센터장은 “간 섬유화, 간경화 등의 간 질환은 바이러스·비만·음주·약물 등으로 인한 간실질세포(간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의 손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간성상세포(간섬유화나 간경변을 활성화 시키는 세포)가 활성화 되면서 발생하는데, 자금정은 간 성상세포에서 ‘Smad2/3′의 인산화를 억제하고 ‘alpha-smooth muscle actin(SMA)’의 발현과 전환성장인자(TGF-β)의 전사(DNA의 유전정보가 전령 RNA로 옮겨지는 과정)를 억제했다”고 밝혔다.
‘Smad2/3′는 간 섬유화 관련 단백질을 유도하는 전사인자 중의 하나로 간 섬유화나 간경화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또 ‘alpha-smooth muscle actin(SMA)’은 간 성상세포의 활성화 지표로 간 섬유화의 특징인 섬유소의 침착을 나타내는 세포내 단백질이다.
김상찬 센터장은 또 “‘종양 괴사 인자 알파(TNF-α)’와 인터루킨 생성 조절을 통해 간 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제어하고 간 섬유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관찰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루킨은 주로 도움T세포, 대식세포 등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면역 반응 및 염증 반응에 관여한다.
간질환한약융복합활용연구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2018년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돼 2025년까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7년간 12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간질환에 대한 약물DB를 기반으로 해서 간 손상 등에 대해 한약 복합 신규 소재 개발 및 효능기전 연구, 한·양약 융복합 신규 약물 최적 배합 및 최적 비율의 도출, 제품화, 침구 치료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