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부정 청탁을 들어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 공범으로 기소된 전 정책보좌관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미경)는 19일 오전 10시 뇌물수수 및 공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은 시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전 정책보좌관 박모씨(구속 기소), 수행비서 김모씨도 출석했다.
재판부가 “혐의 전부를 부인하느냐.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지시를 한 적이 없느냐”는 묻자 은 시장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은 시장 측 변호인은 “혐의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은 시장은 전 정책보좌관 박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 김모씨(구속기소)로부터 수사기밀을 제공받고 대가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남시가 추진하던 4억5000만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 달라는 부탁과 지인의 성남시 6급 팀장 보직을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또 김씨의 상관(구속기소)이 요구한 성남시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을 들어준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박씨가 이같은 부정청탁을 시장에게 보고했고, 은 시장은 “들어주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은 시장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휴가비와 출장비,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박 전 정책보좌관으로부터 총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은 시장과 달리 박 전 정책보좌관 측은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박 전 정책보좌관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전반을 인정한다”며 “다만 은 시장에게 제공한 금품과 와인은 의례적으로 선물한 것일 뿐 뇌물은 아니다. 재판부가 판단해 달라”고 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은 시장의 변호인은 집회 등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이례적으로 전날 오후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통상 1층 현관을 통해 걸어서 법정에 입장하는 피고인들과 달리 은 시장은 이날 차량에 탑승해 직원 전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내부 직원전용 통로를 이용해 법정에 출석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 주변에서 관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또 재판도 지지자나 유튜버 등이 거의 참석하지 않고 20∼30명만이 방청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법원이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은 시장은 언론 접촉도 피했다. 취재진이 법정을 빠져나가는 은 시장에게 “입장을 밝혀달라”고 질문했지만, 은 시장은 대답 없이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전날 은 시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거짓 진술에 편승한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분노했다”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의 일상을 반복해서 털어도 나오는 것이 없으니 이제는 거짓 진술로 옭아매는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은 시장에 대한 재판은 이날 처음 열렸으나, 이 사건과 관련해 먼저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은 선고를 앞둔 마무리 단계이다. 검찰은 지난달 수사자료 유출 당사자인 경찰관 김씨에게 징역 8년에 7500만원 추징을 구형하는 등 현재까지 피고인 10명(구속 6명, 불구속 4명) 중 6명에 대해 징역 8∼2년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