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반 일부가 내려앉고 지하 주차장 기둥이 파손돼 시민에게 큰 불안을 일으켰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 상가건물에 대해 고양시가 3일 안전진단을 시작했다. 사고 자문단은 한국안전관리협회 등 총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약 2주 후인 이달 중순에 원인 분석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사고자문단 위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예비조사, 콘크리트 비파괴 검사, 중성화 검사, 지표투과레이더(GPR) 테스트 등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정밀 검사는 건물 구조물의 균열 상황이나 노후화, 지반 침하 원인 등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이 자문단은 이날 현장에서 조사 계획서를 작성하는 한편 구조물 변경이나 손상, 노후화 지점 등에 측정 장비를 설치했다.
자문단 측은 우선 건물 벽체와 바닥 기울기, 수평 구조물의 처짐 현상 등을 파악하고 전자파 등을 활용해 콘크리트 속 철근 굵기와 위치, 깊이, 간격 등이 설계도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자문단이 진행하는 정밀검사 중 콘크리트 비파괴검사는 표면 노후와 균열, 압축 강도, 탄산화, 염분 함유량, 철근 부식 등을 확인 및 분석하게 된다. 고양시 관계자는 “콘크리트는 강한 알칼리성을 띠는데, 외부에서 탄산가스가 스며들면 서서히 중성으로 바뀌면서 철근을 부식시킨다”며 “중성화 검사는 건물 붕괴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GPR 테스트는 전자기파를 쏴서 반사되는 에너지를 영상으로 해석해 지하 매설물의 위치와 심도, 공동(空洞) 등을 탐지하는 기술이다. 자문단은 해당 건물 지하와 주변 도로 등에서 장비 2대를 동원, 검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고양시 측은 “이른 시일 내에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배경으로 크게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자문단 단장인 최용화 전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이 마두역과 맞닿아 있는 점이 지반을 약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철의 경우 수시로 땅속 지하수를 펌프로 밖으로 빼내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흙도 함께 빠져나간다. 이 경우 지반을 전반적으로 연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맞닿아있는 옆 건물과 사고 난 건물과 관계가 지반을 약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와 함께 현장을 살핀 이춘표 고양시 부시장은 “지하수는 특성상 땅속에서도 보통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며 “사고가 난 건물은 지하 3층, 옆 건물은 지하 6층이다. 사고 난 건물 쪽 지하수가 자연스럽게 옆 건물 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수가 옆 건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흙도 함께 이동, 지반을 약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부실공사 가능성도 함께 살피고 있다. 최 전 교수는 “사고 건물은 26년 전 건축기법으로 지어졌다”며 “시에 제출된 설계도 등을 근거해 건축 재료를 원칙대로 썼는지, 일부 재료를 덜 쓰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정밀 안전진단을 지난 2일 개시할 계획이었으나 휴일인 점 등을 고려해 착수 시점을 하루 늦췄다. 앞서 고양시는 건물 붕괴 우려가 제기됐을 당시 시설물 사용을 즉각 중지시켰다. 또한 기본 안전진단을 하고 지하 2∼3층 지지대 설치 등 긴급 보강공사를 벌였다.
또 건물 붕괴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지하 2층과 3층에 15개 사물인터넷(IoT) 센서도 설치했다. 고양시는 안전진단과 IoT 센서 모니터링을 통해 건물 안전에 지장이 없을 경우 입주시설의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한편 고양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의 안전 불안을 고려해 일산신도시 전체의 연약 지반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개발된 지 오래된 1기 신도시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약 지반 전반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시작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나 경기도 등과 협의, 근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