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새벽 4시 18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119 신고가 접수됐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신고자는 수화기 마이크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기만 했다. 김현근(38) 소방장이 “말씀하지 않으면 전화를 끊겠다. 다른 신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무런 대답 없이 일정한 간격의 두드림만 몇 차례 계속됐다. 김 소방장이 전화를 끊었지만, 1분 뒤 같은 번호로 신고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센터에서 3년째 신고 접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 소방장은 직감적으로 ‘신고자가 말을 못 하는 상태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119에 신고한 것이 맞으면 한 번, 틀리면 두 번을 두드려 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신고자가 ‘톡’ 하고 한 번 두드렸다. 김 소방장은 이 휴대전화의 과거 신고 이력을 급히 조회했다. 지난해 12월 초 길거리에서 행인이 119에 대신 신고한 기록이 있었다. 당시 소방일지에는 ‘(환자가) 말을 못 하는 상태’라는 내용이 특이 사항으로 적혀 있었다. 김 소방장은 “보통 장난 전화와는 패턴이 달라서 신고자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자 집 주소로 긴급 출동한 광주소방서 구급대원들은 두 번째 전화가 걸려온 지 25분 만에 장지동 한 빌라에 도착, 60대 노인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가 후두암으로 수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혼자 살던 신고자는 수술 후유증으로 평소 호흡곤란을 겪어왔는데, 이날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져 119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정진아(30) 소방사는 “환자가 숨 쉴 때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최근 ‘상황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고 김 소방장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했다고 28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