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참석한 친구가 축의금 3만원을 낸 뒤 미안하다며 보내온 택배에 눈물을 흘린 작가의 사연이 온라인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소재원 작가/소재원 페이스북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재원(38) 작가는 2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결혼식에 와서 3만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소 작가는 같은 글을 이날 페이스북에도 게재했다.

2015년 9월에 결혼한 소 작가는 “결혼식 때 3만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 난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 했다. 그러나 친구는 야속하게도 짧은 편지만 남기고 식이 끝나기 전에 떠났다”고 했다.

편지에는 ‘야간 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소재원 작가 페이스북

사실 소 작가는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 기사에 뜬 소 작가의 결혼 소식을 접한 친구가 청첩장도 없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다.

소 작가는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원을 썼을 텐데. 그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됐을 거다.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미안해하며 밥도 먹지 않고 떠나는, 돈만 붙이거나 문자 한통만 보내도 충분했을 축하를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일 때문에 악수 한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소 작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은 덤덤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소 작가 “밥 먹고 가지”

친구 “그래도 제수씨 입장하는 건 봤어”

소 작가 “배고프잖아. 새벽에 출발해서 아침도 못했겠고만”

친구 “너 여전히 멋있더라”

소 작가 “맛있는 거 많은데 밥 먹고 가지”

친구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조카 장난감 많이 사줄게”

소 작가는 “우리는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었다. 서로 울고 있었다는 것을”이라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5년 뒤인 2020년 소 작가는 집에 온 택배를 뜯어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그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택배 안에는 따뜻해 보이는 아이들 명이 옷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혀’라고 적혀 있었다.

소 작가는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다. 아내가 손빨래를 했다. 내일 건조가 되면 입히고 나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고 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주에 친구를 만나 밤새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소 작가와 친구의 뜨거운 우정을 본 네티즌들은 “저런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럽다”, “멋진 친구다”, “저도 같이 눈물 흘리게 되네요”, “그 친구분 통장에 있는 3만원 전재산이었을 거다. 우정 변치 말길”, “가슴 뭉클한 사연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 작가의 사연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일부 매체는 한 네티즌이 쓴 ‘감동 사연’이라며 기사화하기도 했다.

소 작가가 쓴 친구와의 일화는 이미 지난해 소 작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적 있다. 소 작가는 2일 인스타그램에 “작년 오늘 자네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소셜미디어)에 남겨져 있었다네. 자네가 그리워 오늘 다시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일화를 담은 글을 작년 오늘 올렸을 때처럼 그대로 올렸지”라고 밝혔다.

이어 “한 달에 한 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오늘만큼은 온전히 자네만을 기억해 보려 하네.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절로 웃음이 난다”는 친구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