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4.3평화공원에 설치된 행방불명인 표지석./연합뉴스

제주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보상액이 1조3000억원대로 제시됐다. 정부가 4·3사건 희생자에 대해 구체적인 배상·보상액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7일 제주4·3 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유족회 등을 대상으로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1인당 배상·보상금을 6960만원으로 산정하고, 위자료 2000만원을 포함해 희생자 1인당 총 896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4년 기준 통상임금의 화폐가치를 현재 시점 가치로 재산정했다는 것이다. 유족회 관계자는 “사실상 균등 지급 방식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배상·보상금 지급을 내년부터 시작해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정부가 인정한 제주 4·3사건 희생자는 1만4533명이다. 정부가 제시한 배상·보상액이 확정되면 보상 규모는 총 1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민간인 희생자에게 배상·보상한 사례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숫자가 다른 사건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산하는 대상자는 1만여 명 정도이고, 액수는 9000억원대”라며 “유족이 없거나 연락 두절 등 이유로 배상이나 보상이 불가능한 희생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족회는 6·25 전쟁 때 발생한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판결한 배상·보상금이 1인당 최대 1억3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제시된 금액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족회는 유족들의 의견을 듣고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 올해 안으로 배상·보상액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보상은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제화됐다. 정부는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내년도 예산안에 1차 연도 배상·보상금 1810억원을 포함시켰다.

제주 4·3사건은 제주도에서 남로당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돼 좌익 세력에 의한 집단 소요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가 군경을 투입해 진압하는 과정(1948~1954년)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4·3사건

제주도에서 남로당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돼 좌익 세력에 의한 집단 소요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가 군경을 투입해 진압하는 과정(1948~1954년)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