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천초교 운산분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2층짜리 학교 건물에선 학생 55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1949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한때 재학생이 300명을 넘었지만, 저출산이 심화하고 도심으로 떠나는 주민들이 늘면서 4년 전에는 전교생이 5명으로 쪼그라들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그런데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숲 체험’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꾸리면서 강릉시에 사는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든 것이다. 전교생 55명 중 53명이 강릉시에 산다. 강원도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이 학교를 분교가 아닌 운산초교로 승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천초교 운산분교에서 한정미 숲 해설사가 4학년 생태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5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운산분교는‘숲 체험’프로그램에 도시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전교생이 55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운산초교로 승격된다. /정성원 기자

이날 4학년 네잎크로바반에선 자연을 주제로 방과 후 수업이 한창이었다. 한정미 숲 해설사가 “우리 마을 숲엔 누가 살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이 앞다퉈 손을 들었다. “까마귀요” “고라니요” “삵요”. 다양한 동물 이름이 나왔다. ‘학교 앞 숲 속 씨앗의 주인공’을 주제로 한 수업이 이어졌다. 씨앗의 이름과 이를 먹이로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2학년 꿀반에선 색종이를 이용해 숲을 꾸미는 실습수업이 열렸다.

전영욱(35) 운산분교장은 “지금은 교실마다 학생들이 있지만, 2013년부터 3년 동안은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학교를 바꾼 것은 교사와 학부모, 강릉 지역 교사 모임인 교사연구회가 2016년 ‘학교 살리기 운동’에 나서면서다. 주입식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은 마을과 생태를 주제로 잡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말에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입학 설명회를 열어 도시 학교와 차별성을 설명했다. 전 분교장은 “학생이 중심이 되고,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도시 학부모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낸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생명 다양성 교실’을 열기도 했다. 내년에는 학교 주변에 있는 논 3곳을 빌려 논농사와 습지 체험 등 자연 체험 특화 교육을 할 계획이다.

운산분교에서 강릉 도심까지는 차로 25분가량 걸린다. 박민석(31) 교사는 “강릉교육지원청에서 버스 1대를 지원받아 하루 4차례 아이들 등하교를 무료로 지원한다”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교생 숫자는 2018년 16명, 2019년 31명 등으로 조금씩 늘어 올해는 55명이 됐다. 현재 강원도에서 전교생이 5명 이하로, 폐교 위기에 직면한 분교는 10곳이다. 정은숙 강원도교육청 부대변인은 “운산분교는 작은 학교를 새로운 희망의 모델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