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90)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79)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출석해 증언했다.
민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고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조비오 신부의 주장은 허위라는 전 전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했다. 국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회고록에 기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는 30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네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피고인 측 요청을 받아들여 선고기일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이날 증언대에 선 민씨는 “자신이 회고록의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작성했다”면서도 “전 전 대통령의 의사·의도·인식과 다르게 회고록 집필을 할 수는 없다. 전 전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회고록에)기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헬기 부대 지휘관과 조종사들의 진술이 구체적인 반면 사격 목격담은 추상적이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성직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헬기 사격을 주장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무고한 시민에게 헬기 기총소사를 하지 않았고, 국군의 명예에 손상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 전 전 대통령의 입장이었고, 이를 회고록에 반영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각종 군 기록과 국가기관 감정 결과로 입증된 5·18 헬기 사격을 검토하지 않고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사는 신문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어떤 근거로 조 신부의 말을 거짓말로 단정할 수 있느냐”며 “1심이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회고록은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국과수 감정 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없었다”며 전 전 대통령이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5·18 단체들은 민씨의 증언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며 “세상을 떠나기 전 진실로 용서를 구하고 5·18 진상규명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