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전에서 20 개월 여아가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고 무자비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한 신상 공개와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 아동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유석철)는 아동학대 살해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29)씨와 딸의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는 친모 정모(25)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 6월 중순 새벽 대전시 대덕구 집에서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고 주먹과 발로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양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무자비한 폭행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양씨는 아이가 숨지자 친모 정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보름이 넘도록 숨겨뒀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달 9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아기 외할머니의 신고를 받고 자택을 수색한 경찰은 숨진 후 보름 넘게 방치돼 부패된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양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아이가 자주 울고 밤에 잠을 자지 않는데 짜증이 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이를 마구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 결과, 숨진 아이는 오른쪽 대퇴부 골절을 포함해 전신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친아버지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전자(DNA) 검사 결과, 양씨가 숨진 아이의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정씨와 동거하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양씨는 이후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서 1년 6개월정도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씨가 복역한 지 5개월쯤 지나 정씨가 딸을 낳았고, 앞서 임신 사실을 알았던 양씨가 출소 후에도 자신의 친딸로 믿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가 양씨의 친딸이 아닌 것을 알면서 속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양씨는 아이를 학대하면서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친모 정씨는 “양씨가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당일 성폭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씨는 성폭행 당시 양씨의 지시에 따라 집 안 다른 곳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양씨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면서 심리적 지배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처럼 잔혹한 사건을 두고 인터넷 맘카페 등 온라인에서는 양씨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해 살해한 아동학대 살인자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29일 오후 3시 현재 6만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지난달 13일 처음 게시돼 마감된 ‘성폭행 및 폭행으로 20개월 여아를 잔혹하게 살해한 친부의 확실한 처벌을 원한다’는 국민청원 글에도 8304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유아 성폭행을 저지르고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유기시킨 범죄자는 이 세상에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합당한 처벌과 신상 공개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썼다.
양씨에 대한 재판은 앞서 지난 27일 첫 공판이 열린데 이어 오는 10월 검찰의 구형이 예정돼 있다. 양씨는 첫 공판에서 자신에 대한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