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때 도입한 ‘사회주택’ 사업의 부실 운영을 지적하고 시민 혈세를 낭비한 담당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600억원을 투입한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 사업도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최근 보조금을 챙기고 고의 폐업한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했다. 오 시장이 ‘박원순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사회주택 사업에 대한 실태 점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시 소유 땅이나 건물을 민간 업체에 싸게 빌려주면, 이들이 주택을 지어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10년간 임대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7년간 총 2014억원을 투자했다. 내년까지 1만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난 6월까지 3149가구에 그쳤다.

사진=서울시

또 일부 사회주택은 평균 임대료가 주변 민간주택 시세의 최대 1.6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조사에선 임대료 규정을 어긴 사례 등 59건이 적발됐다.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일부 협동조합이 조합 가입자나 출자자에게만 입주 신청을 받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주택 운영 업체로 선정된 사회적 기업이 서울시와 합의 없이 다른 협동조합에 운영권을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오 시장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회주택 사업을 재고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임 SH 사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대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이날 “감사 결과 공표 전 이런 방식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역 앞 오래된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 보행 공간으로 만든 서울로 사업도 전체 사업비에 비해 인건비 비율이 지나치게 많다고 서울시는 판단하고 있다. 원래 서울시가 직영(直營)했는데, 박 전 시장이 2019년 10월부터 민간 컨소시엄 업체에 운영을 맡기면서 연간 예산 42억원 중 70% 안팎이 업체 직원과 보안관 인건비로 쓰였다는 것이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도 “서울로 사업에서 시민이 즐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간 사업비는 전체 예산의 10% 안팎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한강 노들섬 사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노들섬은 오 시장이 2006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오페라하우스 등 공연과 전시 복합문화단지로 추진하던 곳이었는데, 오 시장이 물러난 뒤 박 전 시장은 이곳을 대중음악 공연장 중심의 공간으로 바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9일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이뤄진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조금을 받은 뒤 조기 폐업한 ‘먹튀’ 의심 업체 14곳에 대해 고발 등 형사 조치에 나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박원순 흔적 지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시민의 세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