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구속됐다.
제주지법 김영욱 부장판사는 21일 지난 1999년 발생한 이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 살인 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55) 씨에 대해 ‘주거가 일정치 않고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제주 지역 폭력 단체 조직원으로, 두목(2008년 사망)의 지시를 받고 같은 파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씨를 통해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다. 사고 현장에 지갑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원한이나 살인 청부에 의한 계획 범죄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은 현상금까지 걸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15년)가 만료돼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김씨가 지난해 6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이 변호사 살인을 폭력조직이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당시 김씨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직접 그렸고, 이동 동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김씨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 국제 공조 수사를 벌였다. 김씨는 지난 6월 말 캄보디아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됐고,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김씨는 방송 출연 당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도피 중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았던 김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사건 실체를 밝히면 이 변호사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법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배후 세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