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 김도환 선수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는 모습./뉴시스

고(故) 최숙현 선수 등을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팀 전 감독과 주장 선수 등에게 재판부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형사1-1부(재판장 손병원)는 9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규봉(43) 전 감독에게 징역 7년, 당시 팀 주장 장윤정(33)씨에게 징역 4년, 최 선수의 팀 선배 김도환(2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별도로 김 감독에겐 5년간 관계기관 취업 제한과 아동학대 치료프로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장씨와 김씨에겐 각각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김 전 감독은 숙소 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훈련 태도 등을 문제 삼아 18차례에 걸쳐 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선수에 대해선 전지훈련에서 무단 이탈했다는 이유로 대걸레 자루와 철제 자루를 이용해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전지훈련 항공료 등 명목으로 총 3억3000여 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팀 주장인 장씨는 ‘기강을 잡는다’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팀 후배 선수들을 폭행하거나, 뒷짐을 진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게 하는 이른바 ‘원산폭격’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재판정에서 후배들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철인3종 경기 훈련의 위험에서 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최숙현 선수 등 후배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김 전 감독과 장씨에 대해 제명 조치를, 김씨에게는 자격 정지 10년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 범행을 은폐하려 하거나 부정했고 많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사건 피해자 최 선수는 수사가 진행되던 중 (피고인들의)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피고인들에게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운동의 특성에 따라 훈육과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고, 피고인 중 일부가 초범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고 다른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팀 닥터’ 안주현(46)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고등법원 입구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 부친 최영희(가운데)씨가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승규 기자

최 선수 부친 최영희(57)씨는 재판 이후 취재진에게 “엄벌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랐던 유족 입장에선 아쉽지만, 1심에서 감형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을 잊지 않고, 숙현이의 뜻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경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해 뉘우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와 전씨를 비롯한 피해자·유족들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은 “경주시장은 최 선수 유족과 피해 선수들에게 사과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폭력 등 가혹행위를 고발한 선수들에 대한 구제와 보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