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 등을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팀 전 감독과 주장 선수 등에게 재판부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형사1-1부(재판장 손병원)는 9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규봉(43) 전 감독에게 징역 7년, 당시 팀 주장 장윤정(33)씨에게 징역 4년, 최 선수의 팀 선배 김도환(2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별도로 김 감독에겐 5년간 관계기관 취업 제한과 아동학대 치료프로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장씨와 김씨에겐 각각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김 전 감독은 숙소 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훈련 태도 등을 문제 삼아 18차례에 걸쳐 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선수에 대해선 전지훈련에서 무단 이탈했다는 이유로 대걸레 자루와 철제 자루를 이용해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전지훈련 항공료 등 명목으로 총 3억3000여 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팀 주장인 장씨는 ‘기강을 잡는다’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팀 후배 선수들을 폭행하거나, 뒷짐을 진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게 하는 이른바 ‘원산폭격’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재판정에서 후배들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철인3종 경기 훈련의 위험에서 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최숙현 선수 등 후배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김 전 감독과 장씨에 대해 제명 조치를, 김씨에게는 자격 정지 10년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 범행을 은폐하려 하거나 부정했고 많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사건 피해자 최 선수는 수사가 진행되던 중 (피고인들의)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피고인들에게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운동의 특성에 따라 훈육과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고, 피고인 중 일부가 초범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고 다른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팀 닥터’ 안주현(46)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 선수 부친 최영희(57)씨는 재판 이후 취재진에게 “엄벌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랐던 유족 입장에선 아쉽지만, 1심에서 감형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을 잊지 않고, 숙현이의 뜻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경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해 뉘우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와 전씨를 비롯한 피해자·유족들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은 “경주시장은 최 선수 유족과 피해 선수들에게 사과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폭력 등 가혹행위를 고발한 선수들에 대한 구제와 보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