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에서 카페로 꾸며진 제주시 한림읍 '명월국민학교' 을 찾은 방문객들이 복도에 놓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오재용 기자

6일 제주시 한림읍 시골 마을인 명월리에 위치한 ‘명월국민학교’. 30여년 전 학생수가 줄어 폐교된 이 곳에 렌터카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학교 건물 중앙에 꾸며놓은 밝은 파란색 출입문과 조그만 의자가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교실과 복도로 된 구조를 그대로 살린 모습이 보였다.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교실과 복도에 깔려 있었다. 작은 책상과 나무 의자가 학창 시절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안내했다. 복도 테이블 위에는 ‘70여 년 된 옛 학교 마룻바닥을 복원해 작은 발걸음에도 쿵쿵 또는 삐걱대는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안내문이 학교 수업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국민학교'의 파란문 포토존./오재용 기자

◇카페로 꾸민 폐교에서 떠나는 ‘추억 여행’

‘명월국민학교’는 명월리 마을회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재산을 임대해 2018년 9월 카페로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살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뉴트로’(신복고) 느낌의 이색 카페로 꾸몄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반’, 명월국민학교 이미지와 제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소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소품반’, 전시품을 관람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갤러리반’ 등으로 공간을 구분했다.

카페 운영은 마을회가 맡고 있는데, 수익은 마을로 환원돼 마을 발전에 쓰인다. 차상준 명월리 청년회 마을사업추진위원장은 “30년 전에 문을 닫은 학교에서 예전처럼 손님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다시 들리게 하고, 마을에 활기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고민 끝에 카페를 꾸몄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 지역 폐교 건물이 카페나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제주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육용 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 체육시설, 소득 증대 시설, 귀농어촌 지원 시설 등 건전한 용도로 활용할 때 임대를 허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 폐교 재산 27곳 중 24곳(유상 7, 무상 17)을 임대 중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제주의 폐교 재산 중에는 학교가 있는 마을회가 중심이 돼 마을 이장을 대표자로 임대한 곳이 많다”며 “마을에서 폐교 재산을 활용해 수익이 나는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그 수익을 마을 소득으로 활용한다면 무상 대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경면 산양분교에서 작가 레지던시로 바뀐 '예술곶 산양'./오재용 기자

◇갤러리·펜션 등 예술과 휴식 결합한 공간으로 재탄생

갤러리와 작가 레지던시 등 문화 예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 시설도 있다.

1995년 폐교한 제주시 한경면 고산초 산양분교장은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복합 창작 공간인 ‘예술곶 산양’으로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현재 6명의 예술인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입주해 있다.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 한복판에는 입주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고, 전시실에는 입주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작품전 ‘시선(視先)’이 열리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예술곶 산양’ 관계자는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국내외 예술가 간 네트워크 교류와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창작 작품을 전시한다”며 “예술가와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돼 있어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초 삼달분교를 고쳐 2002년에 문을 연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1985년 제주에 정착해 아름다운 제주 풍광을 사진에 담는 데 열정을 쏟은 김영갑 사진작가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2005년 세상을 떠났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는 제주의 풍광을 담은 김영갑 작가의 다양한 사진 작품과 유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2001년 폐교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초등학교는 서재철 사진작가가 2004년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으로 단장해 운영 중이다. 이곳은 한라산, 오름, 해녀, 포구 등 제주의 다양한 면모를 담은 사진 작품과 카메라 장비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에 위치해 카페와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는 '어음분교 1963'./오재용 기자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의 어도초 어음분교장은1999년 폐교돼 10년 가까이 방치돼 왔다. 이런 학교를 어음2리 마을회가 2019년 9월 무상 임대해 카페 ‘어음분교 1963’과 독채 펜션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건물 중심부를 카페로 꾸며 운영 중이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칠판에 분필로 쓴 메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타자기, 옛날 교과서, 주판 등이 전시돼 옛 학교 느낌을 살렸다. 7080세대가 입었던 교복과 교련복이 기념 촬영용으로 비치돼 있어 학창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했다. 카페 양쪽으로 꾸며져 있는 독채 펜션 2채도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은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이용 미끄럼틀과 그네 등 놀이시설은 물론 원형 테이블과 의자 , 해먹 등이 놀이와 휴식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어음분교 1963’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펜션 숙박 예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지만, 가족단위 손님들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