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엔 홀딱 벗고 삽니다.”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밤목마을. 해발 725m 장군봉 중턱에 자리 잡은 이 마을엔 3가구에서 주민 7명이 살고 있다. 밤목마을은 55번 지방도에서 굽이굽이 난 비포장길 2.5㎞를 올라가야 나온다. 가는 길엔 계곡 3개를 건너야 하고 가파른 언덕이 곳곳에 있어 사륜구동 SUV 차량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산골 오지다.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밤목마을에서 주민 국승구(66)씨가 전기·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자신의 집을 가리키고 있다. 밤목마을엔 TV·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한 때 7가구가 거주했지만, 전기·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3가구로 줄었다./김정엽 기자

한 때 7가구가 거주했지만,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3가구로 줄었다. 밤목마을엔 TV·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있지만, 주먹만 한 전구 몇 개 켤 정도의 전력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선풍기만 틀어도 바로 전기가 끊긴다.

이날 밭에서 고추를 따고 땀을 흠뻑 흘린 주민 국승구(66)씨가 물을 몸에 끼얹었다. 하지만 국씨는 “시원하다”는 말 대신 “더 덥다”고 했다. 그는 “오늘만 4번 샤워를 했는데 땀만 씻어내는 정도”라며 “평소엔 사람이 오지 않기 때문에 옷을 다 벗고 가만히 누워 하늘 보며 더위를 버틴다”고 말했다.

국씨는 자신의 집에서 300m쯤 떨어진 계곡 상류에서 물을 끌어다 1000ℓ짜리 물탱크에 저장해 사용한다. 전기가 들어오면 지하수를 파 모터로 물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곳에선 꿈 같은 이야기다.

지난달 초 장마가 끝난 뒤 비가 내리지 않아 계곡물이 말랐다. 이 때문에 국씨는 물탱크 대신 40ℓ 정도 스테인리스 대야에 계곡물을 받아 사용한다. 물이 찔끔찔끔 나오기 때문에 이 대야를 다 채우려면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엔 대야에 담긴 물 온도는 30도 가까이 올라간다.

국승구(66)씨는 자신의 집에서 300m쯤 떨어진 계곡 상류에서 물을 끌어다 1000ℓ짜리 물탱크에 저장해 사용한다. 이 물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한다. 전기가 들어오면 지하수를 파 모터로 물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곳에선 꿈 같은 이야기다./김정엽 기자

국씨는 몸을 닦고 방에 앉아 더위를 식혔지만, 10여분 만에 다시 구슬땀이 흘렀다. 이날 국씨의 13평짜리 방안 온도는 33도였다. 더위를 참다못한 그는 집에서 1㎞쯤 떨어진 계곡으로 향했다. 깊이 60~80㎝ 정도의 소(沼)가 곳곳에 있는 이 계곡이 유일한 피서지다. 국씨는 “세상에서 7명만 이용하는 신선 놀이터”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국씨는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 갈증을 달랬다. 그는 아내가 사는 전주에서 2~3일에 한 번씩 아이스박스에 담을 아이스팩을 공수해 간이 냉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김치, 멸치 볶음 등 반찬이 상하지 않을 정도의 온도만 유지한다. 그는 “금방 상하는 음식은 아예 사오지 않는다”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 산골 오지에서 여름철 보양식은 아이스박스에 담긴 물밖에 없다”고 했다.

국씨는 지난 2011년 1.2㎾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지만, 전구 3개를 켜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을 정도다. 날이 좋지 않아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지면, 밤에 촛불을 켜고 생활한다. 물이 부족해 설거지할 땐 휴지로 그릇을 닦고 물로 헹궈내는 게 전부다.

국승구(66)씨가 지난 2011년 설치한 1.2㎾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가로 5m, 세로 1.48m). 겨우 전구 3개를 켜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이다. 날이 좋지 않아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지면, 밤에 촛불을 켜고 생활한다./김정엽 기자

두세훈 전북도의원(완주2·더불어민주당)은 “전북도가 에너지 미공급지역 주민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두 의원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대해선 우선 태양광 발전기나 휘발유 자가발전기를 지원해야 한다”며 “공공재인 전기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승구(66)씨의 주방에 있는 전구에 불이 켜진 모습. 국씨는 이 주먹만 한 전구에 의지해 밤을 보낸다./김정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