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충북 괴산군 불정면 저온 저장 창고에 갓 수확한 옥수수가 가득 쌓여 있다. 김경남 클래식 농원 대표가 껍질을 벗기고 건네준 대학단옥수수를 한입 깨물자 달콤하고 청량감이 드는 옥수수 즙이 입에 가득 찼다. /신현종 기자

지난 12일 오후 충북 괴산군 불정면 한 저온 창고. 이날 오전 갓 수확한 옥수수 10t가량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괴산군이 최근 출시한 대학단옥수수다. 농원 김경남(59) 대표가 “맛을 보라”며 생옥수수를 하나 건넸다. 한 입 깨물자 달콤하고 청량감이 드는 옥수수 즙이 입에 가득 찼다. 김 대표는 “괴산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토양도 깨끗해 다른 지역보다 맛 좋은 옥수수가 많이 생산된다”며 “최근에는 대학단옥수수처럼 괴산만의 새로운 품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옥수수 선별 작업을 벌이던 농민들은 “제철을 맞아 주문이 쏟아진다”며 “옥수수를 수확해 포장하고 배송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포장을 마무리한 옥수수 1000여 상자는 택배 차량 5대에 실려 전국 각지로 배송됐다.

◇‘옥수수 왕국' 괴산군

충북 괴산군은 ‘옥수수 왕국’으로 통한다. 통계청과 괴산군 자료(2019년 기준)에 따르면, 괴산 옥수수 생산량은 약 1만700t으로, 국내 옥수수 총생산량(7만6336t)의 14%를 차지한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단연 1위다. 강원도 전체 생산량은 2만2204t, 충북도 전체는 2만1500t이다.

특히 괴산에서 생산하는 대학찰옥수수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알갱이가 15~17줄인 일반 옥수수와 달리 8줄이나 10줄이고,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다.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대학찰옥수수를 재배하지만, 원조는 괴산군이다. 괴산군 장연면이 고향인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가 고향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1991년부터 12년간 지역 특성을 연구한 끝에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괴산군 불정면 농장에서 작업자들이 옥수수 수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대학찰옥수수는 ‘연농1호’라는 이름이 있다. 장연면에서 시험 재배해 개발한 첫 종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최 교수에 대한 고마움과 대학교수가 만든 옥수수라는 의미를 담아 ‘대학찰옥수수’로 불렀다고 한다. 초기에는 괴산 지역에서만 나와 ‘괴산대학찰옥수수’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지만, 전국적으로 종자 보급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각지에서 대학찰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이승용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연구사는 “30년간 쌓아 온 재배 기법을 활용해 원조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지난 13일 올해 대학찰옥수수 출하를 시작했다. 올해는 농가 1823곳에서 작년보다 293㏊ 증가한 1222㏊에 옥수수를 심었다. 괴산군 관계자는 “대학찰옥수수 1만998t을 생산해 211억원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괴산군은 원조 대학찰옥수수를 알리는 축제를 계획했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 사태로 정식 축제 대신 이달 24일부터 이틀간 ‘맛보기 행사’만 열기로 했다.

◇고당도 대학단옥수수 개발해 보급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초당옥수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옥수수보다 당도가 2~3배 높아 초당(超糖·super sweet)이라는 이름이 붙은 품종이다. 찜통에 삶는 번거로움 없이 날것으로 먹을 수 있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다. 괴산 지역에서도 초당옥수수 재배 농가가 최근 3년 새 6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외래 품종으로, 종자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었다. 괴산군농업기술센터가 농촌진흥청과 함께 초당옥수수를 대체할 품종으로 내놓은 게 대학단옥수수다. 지난해 종자 보급을 시작했다.

토종 대학단옥수수의 당도는 20브릭스(Brix·당도의 단위, 높을수록 당도가 높다)이다. 7~8브릭스 정도인 찰옥수수의 3배 수준이다. 단맛이 강한 샤인머스켓(18브릭스 이상)보다 당도가 높고, 먹기도 편하다. 쪄서 먹어도 쫀득한 식감이 느껴지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0.6㏊에서 시험 재배를 마쳤다. 올해는 종자 40㎏을 농가에 보급했다.

괴산군은 2019년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 옥수수배추팀을 신설했다. 자체적으로 옥수수를 연구하고 종자 생산과 보급, 기술 지도까지 한 번에 처리한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괴산군은 농촌진흥청과 함께 황금맛찰옥수수를 개발해 지난해 처음 출시했다. 농가 45곳이 37㏊에서 재배하고 있다. 배정숙 옥수수배추팀장은 “노화 방지와 인지 능력 강화, 항암 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일반 찰옥수수보다 6~8배 많다”고 말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괴산 경제의 뿌리는 농업에 있고, 농업의 미래는 괴산군 비전”이라며 “변화하는 입맛과 트렌드에 맞는 맛있고 건강한 옥수수 품종 개발에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