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부산 해운대 해변 열차 송정역 정거장. 전차 모양 해변 열차가 옛 송정역을 뒤로하고 출발하자 통유리창 너머로 탁 트인 바다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저기 파도 타는 서퍼들 보이지예. 주변에 이국적인 카페도 억수로 많고요. 요즘은 송정해수욕장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뺨친다 카데예.” 31년간 새마을호를 운행하다 정년퇴직한 이대용(61) 기장의 입담에 승객들의 웃음이 터졌다. 경기 광주에서 자매끼리 여행 왔다는 김미혜(54)씨는 “부산은 5년 만인데, 다들 해운대 해변 열차를 꼭 타보라고 했다”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왜 ‘필수 코스’라 부르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해변 열차를 왜 부산 관광‘필수 코스’라 부르는지 이유를 알겠습니다.”통유리창 너머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던 관광객의 얘기다.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에 이르는 4.8㎞ 구간을 달리는 해변 열차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한 달 10여만명이 찾는 인기 관광 포인트로 부상했다. /김동환 기자

◇부산 관광 ‘필수 코스’ 해운대 해변 열차

해변 열차는 해운대 미포에서 달맞이터널, 청사포, 송정에 이르는 4.8㎞ 구간을 달린다.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15㎞로, 20분 정도 걸린다. 해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미포 정거장에선 바라보는 각도와 물때에 따라 5~6개로 개수가 달리 보인다는 오륙도부터 부산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꼽히는 광안대교, 마린시티와 엘시티 등 초고층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달맞이 터널 구간은 1985년 북한 간첩선이 침투해 그동안 군사 지역으로 통제하던 곳.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곳에서 청사포를 지나는 구간에선 해안선이 반달처럼 휘어져 있는 몽돌해변과 파란 지붕을 얹은 집들이 인상적인 청사포 마을 풍광을 엿볼 수 있다.

해운대 해변 열차는 2013년 폐선된 옛 동해남부선을 활용한 노선을 오간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개통한 동해남부선은 부산진역부터 해운대역, 송정·기장·일광역, 울산 태화강역, 경주 불국사역을 지나 포항역까지 39역, 140여㎞를 운행했다. 수학여행지로 이름을 날렸던 주요 관광지를 지나는 노선이라 계란과 사이다를 먹으며 여행 다니던 실버 세대에겐 ‘추억의 철길’로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송정~기장 구간은 해안 바로 옆을 달려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혔지만, 부산 장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는 복선 전철이 뚫리며 폐선됐다. 하지만 노선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거듭됐고, 지난해부터 빨강·노랑·초록·파랑 등 갖가지 색깔의 옛 전차 모양의 해변 열차가 달리게 됐다.

해안을 향한 좌석에 앉은 관광객들이 바닷가 풍경을 촬영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해운대 해변 열차가 있는 ‘블루라인 파크’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한 달 10만명 이상이 찾는 인기 관광 포인트로 부상했다. 평일이면 2500~3000명, 주말에는 5000명 이상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해변 열차를 운영하는 블루라인파크의 강병호 마케팅 본부장은 “최근엔 코로나로 한 칸에 탈 수 있는 인원을 200명에서 100명으로 줄였다”며 “띄어 앉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도 지키며 운행 중”이라고 말했다.

7~10m 높이의 공중 레일 위를 달리는 4인용 스카이 캡슐도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오붓하게 탈 수 있는 공간이라 인기가 많다. 총 80대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운행한다. 걷는 속도인 시속 4km 정도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2km 구간을 이동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서해 낙조 감상 포인트' 인천 월미바다열차

인천 월미도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 바다 열차’가 있다. 월미바다역, 월미공원역, 문화의거리역, 박물관역 등 6.1㎞ 구간을 달린다. 서울에서 전철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7~18m 높이 궤도를 따라 운행해 서해와 인천 내항, 인천대교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운행 속도가 시속 9㎞ 정도라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 역사(驛舍)에는 특색 있는 전망대와 포토존이 있다. 월미공원역 전망대에서는 높이 48m짜리 원통형 곡물 저장고인 ‘사일로’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18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명소다. 문화의거리역과 박물관역에서는 서해의 낙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인천역 주변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 신포시장, 월미관광특구 문화의 거리, 놀이공원 테마파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욕지도·장생포·땅끝마을도 바다 조망 모노레일

경남 통영에서 배로 1시간 걸리는 욕지도는 한려수도 끝자락 섬 39곳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욕지(欲知)라는 지명이 ‘극락을 알고 싶다면 부처에게 물어보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할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해발 355m 천왕산 대기봉을 오르내리는 왕복 2.1㎞ 순환식 모노레일(왕복 30분)을 타면 한려수도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가는 길은 놀이동산 같은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욕지도 입도객(29만여 명)이 코로나 사태에도 크게 줄지 않은 것이 이 모노레일 덕분이라는 얘기도 있다.

‘땅끝 모노레일’은 한반도 최남단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에 있다. 주차장과 땅끝 전망대 입구를 연결하는 395m 구간을 운행한다. 해남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상층은 일출과 일몰 감상 최적지로 꼽힌다. 울산 장생포 모노레일은 고래문화특구를 둘러볼 수 있다.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선착장, 고래문화마을, 5D 입체영상관 등을 지나는 1.3㎞ 코스다. 과거 포경 기지였던 장생포항과 앞바다, 울산대교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