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이흑암리 한 염전. 165㎡ 크기 천일염 창고가 텅텅 비어 있었다. 염전을 운영하는 최석배(64)씨는 “요즘 하루 평균 20㎏짜리 포대 200개씩 소금을 수확하지만, 중간 상인들이 나오는 족족 쓸어가 재고가 없다”고 했다. 매일 700포대씩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던 작년 이맘때와는 딴판이다. 최씨는 “33년 만에 처음 겪는 품귀 현상”이라고 했다. 신안 지역 다른 염전 상황도 비슷하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평균 3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20㎏짜리 천일염 1포대 산지 가격은 이달 들어 1만3000~1만5000원 선까지 뛰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가루’ 대접을 받으며 1만6000원까지 치솟았던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7000~8000원을 오르내리던 소비자 가격도 2만1000원으로 3배로 뛰었다.
천일염 가격 급등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50일이 넘는 역대 최장 장마로 소금 재고량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신안은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대표 산지다. 하지만 지난해 장마 등으로 생산량이 13만t에 그치며 평년(21만t)의 60% 수준에 그쳤다. 신안군 관계자는 “올해 장마 전후로 생산량이 더 줄어들면 20㎏짜리 한 포대 산지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1만70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따른 불안 심리로 사재기 수요가 급증한 탓도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천일염을 미리 사놓자는 이들이 늘었고, 그러면서 중간 상인들의 물량 확보전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는 ‘오염수 배출 전에 넉넉히 쟁여둔다’며 20㎏짜리 신안 천일염을 10포대 구입했다는 후기 글이 오르기도 했다.
염전 자리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안에선 최근 5년 새 축구장 320개 면적의 염전이 사라졌다. 염전 면적이 2016년 2884만㎡에서 현재 2620만㎡로 10% 가까이 줄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천일염 가격 급등 소식에 염전 문을 닫은 이들이 땅을 쳤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