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1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서망항. 23t급 꽃게 운반선 청경호가 새벽에 갓 잡은 싱싱한 봄 꽃게를 수협 위판장에 쏟아냈다. 40㎏들이 상자 80여개에 꽃게가 그득했다. 전날 오후 출항해 진도 앞바다 꽃게잡이 어선 8척에서 받아온 꽃게다. 서망항 선별장에서는 매일 15t씩 쏟아지는 꽃게를 크기에 따라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경호 선장 김수식(60)씨는 “30년 만에 봄 꽃게가 풍어(豊漁)라 눈코 뜰 새 없다”며 “한숨 자고 다시 바다로 나가 꽃게를 운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망항은 제철을 맞은 봄 꽃게를 부려놓고, 팔고, 사고, 구경하는 이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했다.
◇'물 반, 꽃게 반' 30년 만에 봄 꽃게 풍어
진도가 30년 만에 찾아온 봄 꽃게 풍어로 들썩이고 있다. 진도는 국내 꽃게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꽃게 주산지. 서망항은 진도 바다에서 잡은 꽃게가 한데 모이는 ‘국내 최대 꽃게 집산지’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꽉 찬 봄 꽃게는 진도수협 서망 위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전국 수산시장과 대형 마트 등으로 직송된다.
꽃게 산란기인 5월은 어장마다 암꽃게가 가득하다. 꽃게잡이 어민들은 “진도 바닷속은 그야말로 ‘물 반, 암꽃게 반’”이라며 껄껄 웃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진도 선적 어선 50여 척이 조도면 내병도와 외병도 앞바다에 자리를 잡고 제철 만난 암꽃게를 잡고 있다. 50여 척에서 조업하는 이들은 줄잡아 400여 명. 이들은 내달 21일 시작하는 금어기(禁漁期) 전까지 바다에서 생활한다. 운반선 10여 척이 이들 어선과 육지를 오가며 꽃게를 운반하고 쌀과 반찬, 물 등을 공급한다.
10t급 꽃게잡이 어선 문성호 선장 김영서(64)씨는 “기상 여건에 따라 길게는 열흘씩 바다에 머문다”며 “꽃게는 야행성이라 새벽에만 조업이 이뤄져 작업이 고되다”고 말했다. 그는 “22년간 꽃게를 잡았는데, 진도에서 이렇게 봄 꽃게가 많이 잡힌 것은 처음 본다”며 “어획량이 늘었지만, 값이 내려가지 않아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진도 봄 꽃게 경매가는 1㎏당 5만5000원 선. 어획량이 부족해 6만~8만원에 거래되던 예년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오귀석 진도군 주무관은 “봄 꽃게 상당량이 중국으로 수출돼 국내 공급 물량이 달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근해 오염 상태가 심해 꽃게를 수입해야 하는 중국은 품질 좋은 진도 꽃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진도 봄 꽃게 생산량 30~40%를 경매를 통해 쓸어간다.
진도 꽃게잡이 어선은 1척당 매일 적게는 300㎏, 많게는 800㎏을 잡아 올린다. 하루 평균 위판량은 15t안팎이다. 예년 봄의 3배 수준이다. 어획량이 많은 배는 하루 3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작년 봄 하루 최고 매출은 800만원 정도였다. 오정인 진도수협 계장은 “한 해 농사를 봄과 가을 딱 5개월여 동안에 다 짓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어린 꽃게 1억 마리 방류 “어장이 살아났다”
진도군은 꽃게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꽃게가 산란하는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또 매년 5월 초에는 1억~2억원을 들여 어린 꽃게를 방류한다. 18년 동안 줄 잡아 1억여 마리의 어린 꽃게를 진도 앞바다에 풀었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지난 3월 진도 바다 평균 기온이 13도로 따뜻해 어장이 한 달 정도 빨리 형성됐다”며 “어린 꽃게를 지속적으로 방류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비릿한 고등어 미끼를 넣은 통발로 잡는 진도 꽃게는 다른 해역에서 나오는 꽃게에 비해 살이 더 통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기윤 진도수협 상무는 “그물로 잡으면 꽃게가 빠져나오려 몸부림치고 서로 공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빠진다”고 말했다.
진도 꽃게는 속살이 포슬포슬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월동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서해로 올라와 산란한다. 찬바람이 불면 다시 남쪽 깊은 바다로 돌아간다. 허기윤 상무는 “진도 해역은 플랑크톤 등 먹이가 풍부하고 모래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어 꽃게 서식에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봄 꽃게는 90%가 노란 알이 꽉 찬 암꽃게다. 뒤집어서 배 모양이 둥근 것은 암컷, 뾰족한 것은 수컷이다. 봄에는 암컷, 가을에는 수컷이 많이 잡힌다. 진도 봄 꽃게는 찜이나 탕, 무침 요리에 좋다. 다음 달 21일 시작하는 꽃게 금어기는 8월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