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만2세 보람양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보람양 사건 관련해 DNA 검사상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가 두번째 재판에서 “DNA 결과는 인정하지만 출산은 부정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석씨는 보람양과 딸 김모(22)씨가 낳은 딸을 바꿔치기 하고 보람양의 시신을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씨 측은 수사당국의 객관적인 증거에 대해선 동의하나, 그 증거가 ‘아기 바꿔치기’ 등 그동안 석씨 측이 부정해 온 공소 사실을 입증하진 못한다는 입장이다. 증거 자체는 인정하되, 증거가 가리키는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DNA 결과와 별개로 출산 인정 못한다는 석씨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판사 서청운)에서 열린 재판에서 석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 대부분에 대해 동의하지만 공소사실을 추측한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 석씨는 보람양의 시신을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부분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아기를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는 부정했다. 수사 초기부터 석씨는 “(보람이를)출산한 적도 없고, 바꿔치기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수사당국은 DNA 검사 결과 보람양과 석씨의 친자관계가 입증된다는 점, 친자 관계 성립 확률이 99.9999%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석씨가 보람양을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석씨 딸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낳은 딸의 인식표가 분리된 사진, 혈액형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석씨가 자신의 딸 보람양과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석씨의 딸 김씨는 보람양을 자신의 딸로 알고 키웠지만 DNA 검사 결과 김씨는 보람양의 친언니로 나타났다.

하지만 석씨 측 서안교 변호사는 “(석씨가)증거는 동의하되, (출산 후 바꿔치기 등)공소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판사가 “DNA 검사 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순 있는데, 피고인(석씨)의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이냐”고 묻자 서 변호사는 “모순되지만 피고인 입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 인식표 분리된 날 아기 체중도 급격히 감소

이날 검찰은 석씨와 보람양의 DNA 검사 결과, 석씨가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유튜브 기록, 출산 관련 앱을 설치했다 지운 기록 등을 석씨가 보람양을 출산한 증거로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석씨의 딸 김씨가 지난 2018년 3월 30일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딸의 오른쪽 발목에 채워져있던 인식표가 4월 1일 촬영된 사진에선 분리돼 있는 점, 다음날 진행된 혈액형 검사 결과에서 보람양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온 점 등을 석씨가 아기를 바꿔치기한 증거로 내세웠다. 보람양 사후 DNA 검사 결과에서도 보람양의 유전형은 AO로 나왔다. 유전형이 BO인 석씨는 보람양을 낳을 수 있지만 BB인 언니 김씨에게선 보람양이 태어날 수 없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보람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생모로 알려진 석 모 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김천지원에 도착한 석씨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식표가 분리된 날 아기 몸무게가 급격히 감소한 기록 역시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은 “출생 당일인 3월 30일 3.485kg, 이튿날 3.460kg였던 아기 몸무게가 4월 1일 갑자기 3.235kg로 225g 가량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4월 1일 이후엔 체중 감소량이 60g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석씨가 채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음을 인정한 수사 기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석씨가 어떤 방식으로 보람양을 바꿔치기 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석씨 측도 이 점을 반박했다. 석씨 변호인은 “증거에 모두 동의한다하더라도 출산은 교통사고처럼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바꿔치기 전까지 피고인이 아기를 어떻게 관리했을지, 바꿔치기할만한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바꿔치기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석씨의 바꿔치기 수법 등을 명확히 입증하기 전까지 석씨 측의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과 석씨 변호인 측의 검토를 마친 뒤 다음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석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