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 빌라에 만2세 보람양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모(22)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25년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보람양의 친모로 알려져 있었지만 DNA 검사 결과 보람양의 친모는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48)씨로, 김씨는 친언니로 나타났다. 하지만 DNA 검사 전까지 김씨는 보람양을 딸로 알고 키운 실질적 친모였다.
7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윤호)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5년형과 아동학대치료 이수명령·취업제한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보람양을 빌라에 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생후 29개월 아동이 더운 여름날 물한모금 마시지 못한 채 홀로 피고인을 기다리며 사망했다”면서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어떤 비난도 마땅하며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고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김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울먹이며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하시겠지만 보람이에게 미안하다”면서 “주시는 벌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선고는 오는 6월 4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선 만2세 여아 보람양의 미라화된 시신이 경찰에 발견됐다. 수사 초기 보람양 친모는 그동안 보람양을 키워온 김씨로 알려졌다. 하지만 DNA 검사 결과 보람양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김씨의 모친 석씨가 보람양의 친모로, 김씨는 친언니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은 지난 2018년 3월 30일~4월 1일 사이 석씨가 자신이 낳은 보람양과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낳은 딸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DNA 검사 결과상 보람양의 친부는 석씨의 남편도, 김씨의 전남편도 아니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던 석씨가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람양과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 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 중이다.
김씨는 보람양을 딸로 알고 키웠지만 전남편과 이혼 후 현남편을 만나면서 점차 보람양을 방치했다. 지난해 8월 김씨는 현남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기의 출산이 임박하자 보람양을 빌라에 데려다 놓은 뒤 더이상 찾지 않았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보람양의 시신이 부패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방치된 보람양이 비정상적인 적응을 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방치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기가 김씨가 찾아와도, 자신을 떠나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회피형 애착 증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후 지난 2월 9일 “(딸 김씨의)계약 기간이 만료됐으니 방을 빼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에 석씨는 김씨의 방에 갔다가 보람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석씨는 딸 김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내가 처리하겠다”면서 종이박스에 보람양 시신을 담아 매장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석씨는 하루가 지난 10일에서야 남편에게 시신 발견 사실을 알렸고, 이들 부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김씨를 살인·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사체 은닉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사당국은 또한 행방불명된 김씨 딸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