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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미라 시신으로 발견된 만 2세 보람양의 친부(親父)를 찾기 위해 경찰이 동네 택배기사 DNA까지 채취하는 등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생물학적 아이 아빠를 찾기 위해 친모로 알려진 석모(48)씨와 3년전 통화·문자 등 연락을 취한 남성들로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수사 단서를 잡기 위한 경찰의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이지만, 개인 생체 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6일 석씨가 살던 빌라 인근에서 본지와 만난 복수의 택배기사는 “최근 경찰이 DNA 검사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A씨는 “택배 연락 정도만 했을 뿐이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경찰이) 검사를 받아달라고 해서 황당했다”며 “협조는 했지만, 범죄자로 지목받는 듯해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 B씨는 “친부를 빨리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DNA 검사 대상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현재 약 20명에 대한 DNA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들 중 보람양의 친부는 없었다. 앞서 석씨 내연남 등으로 알려진 남성 2명도 보람양과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았다. 석씨 현 남편은 물론, 딸 김모(22)씨 전남편과 현 남편 모두 DNA 검사 결과 친부가 아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DNA 검사 의뢰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검사의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상자들은 검사를 회피할 경우 용의자로 몰릴 수 있다고 걱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피의자 얼굴 공개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여러모로 상황이 어렵겠지만, 시간과 성과, 여론의 시선에 쫓겨 DNA 검사 확대가 나온 것이라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경북 구미경찰서는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 유기 미수 혐의로 석씨를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석씨는 당초 보람양 시신을 발견했다고 알려진 날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9일 처음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딸 김씨의) 방을 빼달라”는 빌라 주인의 연락을 받고 석씨가 위층으로 올라가 보람양의 시신을 혼자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다음 날에야 남편에게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석씨가 시신을 실제로 유기(遺棄)하지는 않았지만, 신고를 미루고 시신을 방치한 점 등을 감안해 사체 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석씨가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 딸의 행방과 생존 여부, 바꿔치기 수법 등 사건 핵심 요소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