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명절에 고향 방문은 자제해 주세요.”

'명절은 집에서 스마일 챌린지'에 참여한 이병구(가운데) 석담 이윤우 선생의 종손, 이수상(왼쪽) 석담종회 부회장, 이우석 석담종회 사무국장이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칠곡군

올 설날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의 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명문가 후손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경북 칠곡군 명문가의 종손 이윤구(68)씨는 3일 설 명절 귀성과 모임을 자제하는 ‘명절은 집에서 스마일 챌린지’에 참여했다.

챌린지는 그림판을 들고 촬영한 사진과 설 명절 이동자제를 당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뒤 다음 주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로 백선기 칠곡군수가 기획했다.

챌린지에 참여한 이씨는 조선시대 공조참의(정3품)를 지낸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1569~1634) 선생의 16세 종손이다.

이씨는 이수상(73) 석담종회 부회장, 이우석(65) 석담종회 사무국장 등 종친회 임원과 함께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가족과 종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 명절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직접 솔선수범도 보여준다. 설 명절에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최소의 인원으로 차례를 차례를 지낸다는 것이다.

차례가 끝나도 코로나의 감염 위험 때문에 음식을 별도로 차려드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드실 수 있도록 음복 도시락도 준비할 계획이다.

음복도시락은 설 명절 때 사용한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생수, 음료수 등으로 구성된다.

종갓집 사당으로 참배를 오는 마을 종친들을 매정하게 빈손으로 돌려낼 수는 없는 법. 고심 끝에 수정과와 식혜를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 제공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 보온통, 일회용 컵 등을 인터넷으로 이미 주문을 해놓았다.

이씨는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아무리 명절 때여도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며 “하늘에 계신 조상들께서도 이번 상황만큼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설 차례와 달리 2월 중순 열리는 불천위 제사에는 최소 12명의 제관이 필요하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인해 걱정이 크다”면서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 미풍양속은 물론 가족까지 해체될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어서 모든 국민들이 설 명절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챌린지 다음 동참자로 김세균 칠곡군의회 의원, 이윤경 칠곡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오순기 엄지영지버섯이야기 대표를 지명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준 석담 이윤우 종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코로나 방역의 최대 고비인 설 명절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칠곡군에서 뿐 아니라 경북 의성에서도 설 명절을 앞두고 노부모에게 자식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은 꾹 참고 마음만 보내겠다”며 보낸 영상 편지가 수백 통에 이르는 등 설 명절 방문 자제 동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