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엔 업무 빌딩들이 즐비하다. 주상복합, 오피스텔들도 적지 않다. 조선시대엔 읍성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도 도시의 가운데 있는 중심인 ‘중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구 전체 부지 중 절반에 가까운 44.2%가 상업지다.

대구 중구의회 의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상업지역 주거복합건물의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 중구

이런 중구 지역에 대해 대구시가 최근 상업지역의 건물 중 주거복합 건축물의 용적률(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백분율)을 400%로 제한한다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찬반논란이 부글거리고 있다.

현재 대구의 상업지역 내 건축물의 용적률은 중심 상업지역이 600~1300%, 일반 상업지역이 500~1000%, 근린 상업지역이 400~800%이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중심 상업지역은 1300%, 일반 상업지역은 1000%, 근린 상업지역은 800%로 완화하면서 상업지역 내 건물 중 주거복합의 용적률을을 400%로 대폭 낮췄다. 또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오피스텔 등 준주택 역시 용적률이 400%로 낮아진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중구의 경우 최근 상업지역에 적용되는 높은 용적률을 이용한 고층고밀의 주거복합 건축물이 집중 건립됨에 따라 과다한 주거기능의 유입으로 상업·업무기능의 상업지역이 점차 주거지역화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조·조망권 침해 등 정주여건 악화, 학교 등 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해 주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지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례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난 8월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여론을 수렴해 10월 중 시의회의 심의·의결, 10월말에 조례 개정·선포 등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을 두고 중구를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중구 지역 내 주민자치위원연합회를 비롯 새마을회, 통장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중구 지역내 각 협의단체장 20명은 지난 15일 조례 개정안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중구의회 역시 조례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비상대책위 황구수 공동위원장은 “상업지역 내 주거용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는 이번 조례 개정안은 건설사업의 저하로 인한 도심공동화를 초래하는 등 코로나 시대에 대구 전체의 경기침체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개정반대 주민홍보, 대구시와 시의회 항의 방문, 대구시청과 대구시의회 앞 1인 시위 등 다양한 반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에서는 현재 대구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 시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중구의회 역시 “조례 개정안이 상업지역의 주거지화를 방지하고 본래의 용도에 맞게 토지의 이용을 촉진해 도심의 난개발을 방지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일부 주변 지역의 민원과 분쟁이 많은 상업지역 재개발 최소화를 이유로 대구시 대부분 지역을 적용하기 위한 조례 개정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중구 지역에는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20건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구도심 공동화를 맞고 있는 중구에 사람이 다시 찾고 경제가 살아나려면 고밀도 주거건축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층건물을 짓지 못하면 수익이 지금보다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사업에 참여할 업체가 적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상업지역에 상업시설을 짓는다는 원칙에는 동감하지만 현재 대구에는 사업시설이 더 이상 들어올 여건이 안되고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어서라도 공동화 되고 있는 중구에 사람이 들어오고, 그래서 낙후된 중구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에 용적률 400% 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며 “대구시가 중구에 특화된 개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입장은 아직 강경하다. 대구시측은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대도시도 도심에 주거복합건물이 과도하게 밀집돼 있어 정작 상업시설이 들어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조례는 상업지역의 소수 토지소유권자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반면 나머지 시민들의 권리와 충돌하고 있는데, 상업지역은 집을 지으라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개정안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