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면적은 남한의 6배지만, 인구는 550만명으로 10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만원으로 전 세계에서 중아공보다 못사는 나라는 두 곳밖에 없다. 지난달 23일 중아공 수도 방기 외곽에 있는 ‘빔보 여성 보호 센터’에서 만난 16세 소녀 나오미 즈킬라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을 듣자마자 만들고 있던 팔찌를 작업대에 내려놓고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 센터에선 재봉과 비즈 공예 등 기술과 언어·수학·사회·과학 등 기본적인 과목을 가르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지원으로 2024년 12월 설립된 이곳에선 현재 중아공 여성 110여 명이 교육받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특별하다. 중아공은 수십 년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 잦은 내전 및 무력 충돌, 열악한 인프라로 550만 국민 중 절반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대 원조국이었던 미국이 지난해부터 3억4000만달러(약 5020억원) 규모 지원을 삭감한 이후, 한국은 유엔인구기금(UNFPA) 중아공 사업의 사실상 유일한 후원국이다. 한국은 중아공에 작년 9월부터 내년까지 코이카를 통해 450만달러(약 68억원)를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 가운데 약 25만달러를 집행했다.
즈킬라는 “한국은 내게 정말 고마운 나라”라며 “언젠가 양장점을 열어 동생들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한국 덕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즈킬라는 양은 매일 2㎞ 떨어진 집에서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흙길을 걸어 센터로 온다. 그는 “센터로 오는 길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매주 3일은 센터 안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음악 시간이 가장 즐겁고, 수학은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즈킬라는 2년 전 아버지를 잃고 여섯 동생을 홀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만든 옷을 파는 양장점을 차리겠다는 꿈을 꾸면서 공부도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다 석 달 전 옆집 아주머니에게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센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다음 날 바로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센터에서 만드는 비즈 팔찌는 개당 500CFA프랑, 한국 돈으로 약 1200원이다. 하루 평균 12개를 만드는데, 재료비를 제외하면 약 6000원을 버는 셈이다. 이 나라 하루 최저임금인 1600CFA프랑(약 4200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즈킬라는 “한국도 예전에는 가난했던 나라라고 들었다”며 “그런 나라가 짧은 기간에 발전해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그날 바로 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즈킬라는 “동생들과 함께 언젠가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왈리 왈리 예 루티 예, 아 완 응도시 시.”
즈킬라 옆에서 두 살배기 아들을 품에 안은 18세 자파 알파가 구슬을 꿰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고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여성이 일어나 빛나면 나라가 함께 일어난다”는 뜻이라고 했다.
중아공은 여성 인권 보호가 취약한 나라다. UNFPA의 지원을 받은 중아공 내 성폭력 피해자는 2020년 9216명에서 2024년 2만2107명으로 5년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관습 탓에 어린 소녀들이 강제 결혼에 내몰리는 일도 잦다.
이는 학업 중단과 조기 임신으로 이어진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조기 임신 탓에 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여성도 많다. UNFPA와 코이카가 현지에서 산모·신생아 지원, 성폭력 대응 및 트라우마 치료, 여성 쉼터 운영과 경제적 자립 지원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