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2호 비행사들이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의 사별한 아내 '캐럴'을 달 충돌구 이름으로 붙인 뒤 서로 포옹하며 캐럴을 기리고 있다. /NASA(미 항공우주국)

7일(한국 시각) 아르테미스 2호가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 항로 기록을 세운 직후, 정적을 깨고 캐나다인 우주비행사 제러미 핸슨이 떨리는 목소리로 교신을 이어갔다.

“우리는 여정의 한복판에서 사랑하는 가족 한 명을 잃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캐럴입니다.” 핸슨은 달의 앞면과 뒷면 경계에 있는 한 이름 없는 충돌구(크레이터)를 지목하며 제안했다. “우리는 이곳을 캐럴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C-A-R-R-O-L-L.” 철자를 하나하나 읊는 그의 목소리는 잦아들 듯 떨렸다. 이 순간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과 크리스티나 코크는 말없이 눈물을 훔쳤고, 잠시 후 네 명의 우주비행사 모두가 서로를 깊이 끌어안았다.

캐럴은 와이즈먼이 6년 전 사별한 아내다.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였던 그녀는 2020년 5월, 암 투병 끝에 46세로 세상을 떠났다.

캐럴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와이즈먼은 우주비행사라는 오랜 꿈을 내려놓고 아내의 곁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캐럴은 “나 때문에 당신의 꿈을 멈추지 말고, 계속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라”며 남편을 말렸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순간에도 남편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NASA(미 항공우주국) 존슨우주센터가 있는 휴스턴을 떠나지 않고 두 딸을 돌봤다.

아르테미스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의 아내 캐럴 와이즈먼. 캐럴은 2020년 암으로 별세했다/NASA(미 항공우주국)

아내의 별세 후 와이즈먼은 당시 10대 초반이던 두 딸 엘리와 캐서린을 홀로 키우며 임무를 준비했다. 그는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가장 보람 있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2023년 지휘관 선정 당시,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것도 남겨질 아이들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아빠를 밀어주었다. 큰딸 엘리는 아빠의 선발 소식에 ‘달 모양 컵케이크’를 구워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와이즈먼은 발사 전 인터뷰에서 “아내가 떠난 뒤에도 나는 우리 부부가 17년 동안 함께 걸어온 길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며 “매일, 매 순간 그녀를 기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아내의 유산을 이어받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르테미스 2호 비행사들은 ‘캐럴’과 함께 또 다른 충돌구에는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르테미스 2호의 우주선 오리온의 별칭이기도 한 이 이름에는 임무를 가능케 한 모든 이들에 대한 신뢰와 진실함의 가치가 담겼다. 캐럴과 인테그리티는 향후 국제천문연맹(IAU)의 공식 승인을 거쳐 달 지도에 영구히 기록될 전망이다.

이제 달에는 ‘캐럴’이라는 이름의 빛나는 지점이 생겼다. 지상의 어린이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의 이름이 밤하늘 높은 곳에서 인류의 다음 여정을 비추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