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스타트업이 반려견 암 돌연변이 다중 PCR(유전자증폭) 검사 기술을 상용화해 주목을 받았다. 사람 의료에서 보편화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개념을 반려동물 의료에 접목한 것이다.
동물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캐니캐티케어(CaniCatiCare)’ 홍재우 대표는 ‘세계 강아지의 날’인 23일 본지 통화에서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기술 가운데 동물의학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보였다”며 “특히 내과 영역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좋은 분야라고 판단했고, 그 출발점으로 암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보다 인체의학과 동물의학 사이의 기술적 간격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던 게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면역학·암생물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고, 미국 국립암연구원(NCI)에서 연구직으로 일했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의학과 인체의학, 종양생물학을 두루 경험한 이력이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
홍 대표는 어린 시절 애완견을 키웠지만 병으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고, 이후 알레르기까지 생기면서 지금은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이 이런 연구의 주요한 동력이었던 셈이다.
회사 이름은 개를 뜻하는 라틴어 계열 표현(캐니)과 고양이를 뜻하는 표현(캐티)에서 각각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여기에 영어로 ‘돌본다’는 뜻의 케어(care)를 붙였다. 홍 대표는 “개와 고양이를 돌보겠다는 뜻을 담았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미권에서도 비교적 알아보기 쉬운 이름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핵심 서비스인 ‘캐니캔서(CaniCancer)는 반려견의 고형암 조직에서 발현되는 7개 주요 악성암 관련 유전자, 23종 핵심 돌연변이를 한 번에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반려동물 암 진단이 조직병리학적 분류에 머물렀다면, 이 기술은 암의 분자적 기전을 분석해 어떤 약제를 쓰는 것이 적합한지까지 제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홍 대표는 “같은 암이라도 유전자 배경이 다르면 써야 할 약이 달라진다”며 “사람 의료에서는 이미 익숙한 정밀의학을 반려동물 진료에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검사는 ‘암이다, 아니다’를 단독으로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암이 맞는다면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지를 제안하는 도구”라고 했다.
캐니캔서는 지난해 3월 공개 이후 전국 100여 개 동물병원에서 300건 이상 검사가 이뤄졌다. 캐니캐티케어는 최근 홍콩 상장 제약사 제이콥슨 파마슈티컬과 3년간 약 70만달러(약 10억5000만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 내 250여 개 동물병원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홍콩은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해외 시장 테스트베드(testbed)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향후 과제는 ‘고양이’다. 회사는 고양이 대상 정밀 암 진단 모델 ‘캐티캔서(CatiCancer)’도 개발 중이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 다만 개발 난도는 개보다 높다. 홍 대표는 “고양이는 개보다 암 시장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고, 무엇보다 정상 유전체를 포함한 기초 유전 정보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는 샘플 확보부터 쉽지 않아 기초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