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블리츠오픈에서 우승한 김채영(왼쪽) 9단이 결승 상대였던 이창호와 돌을 짚어보며 복기하고 있다. /한국기원

김채영(30) 9단이 ‘전설’ 이창호(51) 9단을 꺾고 2026 블리츠오픈 정상에 올랐다.

김채영은 지난 19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회 결승 3번기 2국에서 이창호에게 271수 만에 백 2집 반 승리를 거뒀다. 전날 1국에 이어 2국까지 내리 따낸 김채영은 메이저 세계 대회 최다 우승(17회)에 빛나는 이창호를 2대0으로 꺾고 1년 3개월 만에 개인 타이틀을 획득했다. 블리츠오픈은 지난해 창설됐으며 남자와 여자 기사 모두 출전한다. 김채영이 혼성 기전을 제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입단한 김채영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프로여자국수전을 제패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정규시즌 14승 2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소속팀 서울 부광약품의 우승을 이끌고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결승에 오르기까지 베테랑 유창혁 9단과의 32강전을 시작으로 안조영, 오유진, 스미레 등 쟁쟁한 강자들을 꺾었다.

김채영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30대가 되면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생각지도 못한 우승을 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내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다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대진운이 좋지 않아 본선 초반부터 욕심을 비웠던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키워줬다”고 했다.

김채영은 서른세 살에 늦깎이 입단한 김성래 6단의 딸이자 김다영 5단의 언니다. 지난해 두 살 연하인 박하민 9단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채영은 “부모님은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대국 전에는 연락을 피하시고, 결승이 끝난 뒤에야 ‘잘했다’는 축하를 보내주셨다”며 “남편은 평소 바둑 공부도 함께 하고, 중요한 대국을 앞두고는 내가 수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