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집무실에서 배우 숀 펜(오른쪽)을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EPA 연합뉴스

“숀 펜은 오늘 밤 이 자리에 올 수 없었거나, 혹은 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그를 대신해 이 상을 받겠습니다.”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숀 펜이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불렸을 때, 그는 객석에 없었다. 지난해 수상자인 키어런 컬킨은 대리 수상을 하면서도 펜의 행방을 몰랐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펜은 시상식 전부터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꼽혔다. 배우들이 일생의 영광으로 여기는 오스카 수상 무대에 서는 대신 그는 어디로 간 걸까.

펜이 오스카 대신 택한 곳은 우크라이나 전장이었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펜은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목격됐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 한 갑을 든 채 검은색 차에서 내렸다고 한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AFP통신에 “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이건 개인적인 차원의 방문”이라며 “그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펜은 이날 오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펜과 만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숀, 당신 덕분에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당신은 본격적인 전쟁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와 함께했고, 그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적었다. 펜은 이번 체류 기간 동부 전선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펜은 앞서 2023년부터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공동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코미디언에서 전쟁 지도자로 부상한 젤렌스키를 존경하는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2023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초연됐다. 또 지난해에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줄 것을 열정적으로 호소하며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펜은 이번 수상으로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그는 영화 ‘미스틱 리버’와 ‘밀크’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펜은 2022년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자신이 받은 오스카 트로피 중 1개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숀 펜에게 트로피를 돌려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