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야, 작은 몸으로 긴 시간을 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뿐이야. 앞으로는 아픈 기억보다 웃는 날이 훨씬 더 많은 삶이 되길….”
임신 23주 만에 체중 500g으로 태어난 딸 주하(생후 6개월)에게 엄마 권계형(31)씨와 아빠 이정민(32)씨가 남긴 편지다. 주하는 171일간 서울성모병원에서 네 차례 전신 마취 수술을 받고 지난 8일 무사히 퇴원했다.
보통 태아는 엄마의 자궁 안에서 약 40주 동안 자란다. 주하는 지난해 9월 예상치 못한 엄마 권씨의 조기 진통으로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23주 만에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약 4개월(17주) 빨리 태어난 주하는 체중이 500g에 불과한 ‘초극소 미숙아’였다. 신생아 평균 체중(3.2~3.3㎏)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었다. 폐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점차 호흡은 안정됐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력을 담당하는 눈의 망막 혈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관련 치료를 받아야 했고, 막힌 장을 치료하기 위해 임시로 인공 항문을 만들었다가 이를 없애는 수술 등 총 네 차례의 전신마취 수술이 이어졌다. 주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각종 의료 기기에 둘러싸여 지냈다. 김세연 서울성모병원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 치료는 손상되기 쉬운 장기들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인 처치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엄마 권씨는 매일 유축한 모유를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맞춰 가져갔다. 그는 ‘주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주하가 스스로 먹기 시작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아이가 정말 잘 버텨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권씨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도 부모에게는 큰 희망이 되는데, 주하가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모든 순간이 기적 같았다”고 했다.
다행히 모든 치료 과정을 무사히 마친 주하는 심각한 합병증 없이 태어날 때의 몸무게보다 7배 이상이 된 3.85㎏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아빠 이씨는 “손바닥만 했던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 것은 ‘두 번째 가족’처럼 함께해 준 의료진 덕분”이라며 “부모로서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들이 정말 많았지만, 선생님들께서 주하를 세심하게 돌봐주시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했다. 엄마 권씨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며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가 저희에게 큰 힘이 됐던 것처럼, 주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