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휴전 이후 한국을 지키다 북한군의 무력 도발 등으로 희생된 주한미군 103명을 기리는 헌화 행사가 1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주한미군 전사자 추모비’ 앞에서 열렸다.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2022년부터 건립을 추진한 이 추모비는 지난달 완공됐고, 주한미군 장병들 이름과 전사일자를 새긴 ‘추모의 벽’도 함께 조성됐다.
6·25 전쟁은 1953년 정전 협정으로 중단됐지만, 이후에도 비무장지대(DMZ)와 동·서해상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지속됐다. 폴 라캐머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추모비 건립 과정에서 “미군에서는 1966년부터 1969년을 제2차 한국 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북한의 무력 도발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에 이름을 새긴 살바도르 모히카(19) 이병은 1968년 1월 주한미군 2사단 72기갑부대 소속으로 복무 중, 휴전선을 넘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다가 도주한 북한 124군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의 퇴로를 차단하는 작전에 투입됐다. 모히카 이병은 사건 발생 5일 후인 1월 26일, 북한 공작원들과 교전 중 전사했다. 듀안 호지스(22) 해군 일병은 1968년 1월 동해 공해상에서 미 해군 정보 수집 보조함 USS 푸에블로호(AGER-2)를 타고 복무하던 중 북한 해군의 포격을 받고 전사했다.
벤저민 스펜서 박 주니어(34) 대위는 1969년 3월 흉부외과 군의관으로 복무 중 DMZ에서 다친 장병 후송 작전에 참여했다가 헬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박 대위를 포함한 탑승자 7명 전원이 숨졌다. 제임스 오버스트리트(34) 해군 소령은 1969년 4월 미 해군 EC-121 정찰기 기장으로 동해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공군기 공격을 받아 전사했다.
추모의 벽에는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전사한 아서 보니파스(33) 대위의 이름도 새겨졌다. 보니파스 대위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중대장으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지휘하다가, 북한군의 기습 공격을 받아 전사했다. 함께 이름을 올린 로버트 벨린저(41) 중령은 1974년 11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근무하며 DMZ 내 북한의 남침용 제1 땅굴을 조사하다가, 북한이 설치한 부비트랩 폭발로 전사했다. 토머스 앤더슨(36) 중사는 1979년 12월 DMZ 인근에서 정찰 임무 중 다친 부하들을 구출하기 위해 지뢰밭으로 재진입하다가 지뢰 폭발로 희생됐다.
한미동맹재단은 2022년부터 정전협정 이후 전사한 주한미군의 공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훈록 발간과 추모비 제작을 위한 작업을 해왔다. 주한미군전우회 2대 회장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1953년 휴전협정 이후에도 다수의 주한미군이 북한군의 적대 행위로 전사한 것은 한국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걸 보여준다”며 이들의 업적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권유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13일 추모비 앞에서 진행된 헌화 행사에는 방한 중인 미국 국무부의 마이클 디솜브레 동아시아·태평양국 차관보가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대리,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과 함께 참여해 희생된 주한미군들을 기렸다. 한미동맹재단 임호영 회장, 유명환 이사장, 이건수 명예이사장 등도 참석했다. 숙명여대 학군사관후보생(ROTC)과 대학생 안보동아리 U-SPECK 회원 등 약 60여 명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