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은 지난 7일 고(故) 김상덕 고려대 의대 교수의 유가족에게서 30만달러(약 4억3000만원)를 기부받았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24년 90세 나이로 별세한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부부 의사’였던 김탁원(1898~1939)·길정희(1899~1990) 선생의 딸이다. 이들 부부는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과 함께 1928년 9월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여성 의학교육기관 ‘조선여자의학강습소’ 창립에 앞장선 인물이다. 당시는 ‘남자 의사에게 몸을 보이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녀유별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고,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부부는 선교사 홀과 함께 여성이 직접 의학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1933년 경성의학강습소를 거쳐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로 발전했고 광복 이후 서울여자의과대학, 수도의과대학 등을 거쳐 지금의 고대 의대가 됐다.
고대 의대 11회 졸업생이자 의대 교수를 겸임한 김 교수 역시 생전에 나라와 의료를 위해 헌신한 부모의 뜻을 이어받아 모교에 기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 교수의 장남 딘 백씨는 기부자로 나서 “어머니께서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모교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셨던 어머니의 뜻처럼 이 유산이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 갈 학생들에게 뜻깊게 쓰이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부금은 로제타 홀·김탁원·길정희 선생의 흉상 제막과 고대 의대의 ‘김상덕 장학금’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