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서 코르티스(아이돌 가수)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쑥스러워서 말은 못 해봤네요.”
한국 설상 종목 최초 올림픽 금메달(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주인공 최가온(18)이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이후 생활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최가온은 지난달 13일(한국 시각)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뒤 귀국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여행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왼손 부상 때문에 올 시즌을 마감한 그는 올여름 미국 전지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최가온은 휴식 기간인 지난 5일 청와대 초청으로 최민정·김길리(쇼트트랙) 등 선수들과 함께 오찬에 참석했다.
이날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와 아일릿이 축하 공연을 펼쳤는데, 최가온은 “사실 청와대에서 딱히 기억에 남은 말이나 에피소드는 없었고, 코르티스 봤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코르티스를 볼 때 남자분들까지 ‘형 사랑해’ 얘기하면서 좋아하셔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선 국내의 열악한 스노보드 훈련 인프라가 화두에 올랐다. 최가온 등 대부분의 스노보드 선수들은 시설이 갖춰진 미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나가서 훈련하고 있다.
사회자가 “청와대 오찬 후 앞으로 국내에서 좀 더 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느냐”고 묻자 최가온은 “아직 단정 지어서 말은 못 하지만, 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최가온이 이탈리아에서 돌아오자마자 공항서 밝혔던 ‘귀국 소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가온은 당시 “마라탕과 두쫀쿠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마라탕은 귀국하자마자 이틀 연속 파자마 파티를 할 때 먹었고, 두쫀쿠도 정말 많이 먹어 이제 질릴 시기가 됐다”고 했다.
쉬는 동안 올림픽 영상은 잘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최가온은 “아빠는 핸드폰으로 항상 제 영상을 보는 것 같긴 한데, 저는 제 영상이나 사진을 잘 안 보는 스타일”이라며 “인터뷰할 때 보여주셔서 보면, ‘저때 이렇게 착지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같은 아쉬운 생각을 한다”고 했다.
최가온은 “한국에 와서 아빠랑 볼 시간이 많이 없었고, 저도 너무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아빠와 올림픽 얘기를 따로 하진 않았다. 서로 표현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동계체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18세 이하부 종목에서 우승한 오빠 최우진에 대해선 “사실 오빠가 순위 안에 못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금메달을 따 버려서 놀랐다. 오빠가 집에서 자랑하길래 무시했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그는 “사실 어릴 때부터 아빠랑 둘이만 외국에 나가 외롭고 속상했는데 언젠가부터 오빠가 따라와줬다. 오빠 덕분에 지금까지 외롭지 않게 잘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가온은 밀라노 올림픽 출전 당시 왼손바닥 세 군데에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최가온은 “치료받고 회복 중이다.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부상 때문에 올 시즌 남은 대회에는 나가지 않는다. 여름쯤 미국에서 훈련 캠프를 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가온은 올림픽 금메달 후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해왔다.
이날도 그는 “지금 저의 실력보다 전체적으로 더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직 저는 어리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열려 있다”며 “특정한 기술을 생각하기보단 지금 기술에서 조금 더 난도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노보드를 꿈꾸는 후배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잘 타는 스노보더’로 기억되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