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에서 고바야시 다츠토가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대로 한국 유니폼을 입고 WBC에 나가고 싶었어요. 다음 목표는 KBO 진출입니다!”

지난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공식 평가전에 깜짝 ‘신스틸러’가 등장했다. 한국이 8-5로 앞서가던 9회말, 마지막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단 10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를 잡아낸 일본인 투수 고바야시 다츠토(小林樹斗·23)였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소속인 고바야시는 이날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로 오릭스의 마지막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는 같은 팀 동료 이시이 고키(23)와 함께 전날 한신 타이거스전(3대3 무승부)부터 한국 대표팀의 ‘지원 선수(서포트 멤버)’로 합류했다.

본선 개막을 앞두고 투수진 체력을 안배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과, 평가전일지라도 정규 9이닝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WBC 규정이 맞물려 주최 측이 배정한 일종의 ‘특별 예비 투수’였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고바야시는 흔들리는 대표팀 불펜진을 대신해 깔끔한 제구로 한국의 승리를 지켜냈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에서 고바야시 다츠토가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고바야시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한신전에선 한국 투수진에 부상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판할 예정이었고, 오릭스전에선 미리 정해진 계획대로 9회에 등판했다”며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관계자 모두 친절하게 대해줘 무척 친숙하고 자극이 되는 이틀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교 시절부터 1m82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로 주목받은 그는 ‘고교야구 성지’ 고시엔 무대를 거쳐 2020년 신인 드래프트 4순위로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입단했다. 하지만 2022년 팔꿈치 골절 등으로 기량이 하락하며 아쉬움을 삼켰고, 지난해 전력 외 통보를 받은 뒤 올 1월 독립리그 명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둥지를 틀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런 고바야시에게 이번 한국 대표팀과의 동행은 “야구인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된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김혜성(LA 다저스) 같은 메이저리거들을 가까이서 보며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3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평가전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한 고바야시 다츠토(왼쪽)와 이정후/인스타그램
3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평가전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한 고바야시 다츠토(왼쪽)와 김혜성/인스타그램

이틀간 근거리에서 지켜본 한국 대표팀의 최대 강점으로는 주저 없이 ‘타선’을 꼽았다. 고바야시는 “오릭스전에서도 대량 득점이 나오지 않았나. 이 폭발적인 타선이 본선에서도 발휘되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마운드를 향해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 그는 “피치 클락이나 투구 수 제한 등 WBC만의 룰이 투수들에게 까다로울 수 있다”며 “이러한 규정을 불리하게 안고 가기보다 어떻게 플러스 요인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투수진은 최근 평가전에서 KBO보다 엄격해진 WBC 피치 클락 규정(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18초 이내 투구)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듯, 타이밍을 뺏겨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종종 노출했다.

고바야시 다츠토가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 시절 역투하는 모습/인스타그램

1인당 최대 투구 수가 65구로 제한되는 규정 역시 마운드 운용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은 이날 이시이와 고바야시가 등판하기 전까지 8이닝 동안 6명의 투수를 기용했으나,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데인 더닝을 제외하면 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당장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일본전(7일)과 대만전(8일)을 앞두고 불펜 운용의 뚜렷한 해법을 찾는 것이 대표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바야시는 “WBC는 단기전인 만큼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대표팀의 수준이 워낙 높으니 매 경기 사활을 걸고 단합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고바야시 다츠토가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 시절 역투하는 모습/인스타그램

이날 오릭스전 직후 국내 야구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고바야시를 당장 KBO로 데려와야 한다’는 팬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한국 팬들의 반응을 전하자, 그는 “나 역시 KBO리그 진출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며 “선발과 불펜 모두 자신 있는 만큼, 이번 시즌 확실한 성과를 내서 오퍼를 기다리겠다. 솔직히 오릭스전 땐 이대로 계속 한국 대표팀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어보였다.

오는 WBC C조 경기에서 맞붙게 될 한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을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엔 “과거 한 팀에서 뛰었던 동료들이 일본 대표팀에 있어 당연히 응원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틀간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한국 대표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두 팀 모두 이겼으면 좋겠다. TV 앞에서 두 팀을 응원하는 날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