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가래떡 사세요!”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주민센터 앞에서 초록색 새마을부녀회 조끼를 입은 송광령(55)씨가 목청껏 외쳤다. 중국인인 송씨는 서울 시내 유일한 외국인 새마을부녀회장이다. 3년 차 회장인 송씨는 매년 설을 앞두고 회원들과 함께 주민센터 앞에 매대를 차려놓고 주민들에게 떡국용 가래떡을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으로는 지역 독거 노인들에게 설 음식을 대접하고 남는 돈은 기부하고 있다.
송씨는 지난 1996년 초 중국의 한 식품 공장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같은 해 6월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자리를 잡았고 그 해에 귀화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한글을 공부했지만 잘 늘지 않았다.
보광동 이웃들은 그런 송씨에게 한국 반찬을 가져다주면서 가족처럼 챙겼다고 한다. 몇 년 전 서대문구로 이사한 송씨는 지난 2022년 새마을부녀회 모집 현수막을 봤다. “정말 힘들 때 주변에서 받았던 은혜를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송씨는 이듬해인 2023년부터 부녀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매년 11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생일 잔치를 열어드린다”며 “부녀회 활동 중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했다.
송씨는 서대문구 동네 이주 여성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장애인 딸의 심리 상담 치료비가 비싸 부담된다”는 이웃 중국 동포 이야기를 들은 송씨는 곧장 주민센터를 찾아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결혼 후 5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던 베트남 여성에겐 난임 진료로 유명한 산부인과를 추천해줬다.
송씨는 “우리 동네에 베트남 출신 새댁이 늘고 있어 2024년부터는 지역 다문화센터에서 주 3회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부녀회 활동 중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서툴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그는 베트남어로 “신짜오”라고 답한다. 이날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베트남 국적의 홍니앤(24)씨는 “송 회장님 덕에 이제는 한국어로 말하는 게 무섭지 않다”며 “회장님처럼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송씨는 다음 달엔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다. 부녀회장 임기가 끝나는 2029년부터는 ‘중국어 강사’로 무료 언어 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씨는 “학생부터 직장인, 어르신까지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무료로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