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프레스턴 하이스쿨 행사에 참여한 투자사 스탠다드 제너럴의 창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한국계 수 김(51·한국명 김수형)/스태다드 제너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It’s not untrue).”

최근 미국 뉴욕의 투자사 스탠더드제너럴 본사에서 만난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수 김(51·한국명 김수형)은 “아직 많이 진행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명 이상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 주요 주주가 뉴욕의 유명 투자자에게 접근해 CNN을 포함한 WBD 산하 케이블 방송 일부 또는 전부의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유명 투자자’가 김 대표다. FT는 “그(수 김)가 WBD 케이블 자산의 인수·투자를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 정황도 전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많은 딜(거래)을 검토하지만 다 신문에 나지는 않는다”면서 보도 배경을 알 수 없다고 했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부모를 따라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대다. 뉴욕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스타이비선트 고등학교를 거쳐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1997년 애널리스트로 월가에 첫발을 디뎠다. 2007년 스탠더드제너럴을 설립한 뒤 아메리칸어패럴, 라디오셱 등 파산 기업에 투자해 정상화를 시도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주목받았다. 그가 시청률 하락 등 위기에 직면한 CNN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2012~2016년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지역 방송 그룹 ‘미디어 제너럴’을 키워 매각하는 등 미디어·방송 업계 투자 경험도 있다. 2022년엔 90억달러(약 13조1000억원)를 들여 미 전역에 지역 방송국 60여 곳을 보유한 ‘테그나’ 인수를 시도했지만, 거래를 심사한 조 바이든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사실상 가로막혔다. 김 대표는 “내가 민주당 정부에 뒤통수 맞았던(got screwed) 적이 있어서 공화당이 나를 CNN 인수 적임자로 볼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카지노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시카고 유일의 도심 카지노를 선정하는 경쟁에서 윈 리조트, 하드록 등 초대형 카지노 기업을 따돌리고 사업권을 따냈다. ‘언더독(약자)의 반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작년 12월엔 뉴욕시 최초의 카지노 사업권 세 개 중 하나를 거머쥐었다. 카지노를 짓게 될 브롱크스의 골프장 부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서 운영권을 넘겨받은 곳이다. 트럼프 일가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한다.

그는 방송·카지노처럼 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산업에 강한 이유에 대해 “언어도 통하지 않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덕에 어떤 최악의 상황도 견뎌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규제 산업인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조사 기관에서 15년 전 기록까지 샅샅이 뒤지고 고등학교 친구들에게까지 전화해서 나에 대해 물어보거든요.” 최근 10년간 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을 지낸 그가 웃으며 말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그는 크게 웃으며 “진실을 원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내가 미국에 왔던 1980년대보다 한국은 훨씬 미래적인 나라가 됐고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그게 늘 자랑스럽다”면서도 “그렇지만 한국 시장은 진짜 시장이 아닌 내부자들의 시장이며, 겉보기에 가격은 싸 보일지 몰라도 거버넌스(지배구조)와 법치주의가 부족하고 영향력만 존재한다. 현실이 그렇다”고 했다.

스탠더드 제너럴 수 김 대표의 미국 방송사 CNN 인수 가능성을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파이낸셜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