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냉기가 감도는 오전 10시, 충북 음성군 설성문화회관에 하얀 태권도 도복에 검은 띠를 맨 어르신 20명이 들어섰다. 능숙하게 좌우 간격을 맞춰 도열하더니 구령에 맞춰 무릎을 돌리고 손뼉을 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10분간의 예열을 마치고 시작된 ‘태극 1장’ 품새. 동작을 머뭇거리는 이는 없었다. 스무 명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한 ‘칼각’으로 정권을 내질렀다.

신현종 기자 충북 음성에 사는 102세 한종상씨가 태권도 도복을 입고 플라스틱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11년 전 태권도에 입문해 각종 대회에서 수집한 메달과 트로피만 20개에 달하는 그는 “태권도 수련을 할 때는 외로움이 달아난다”고 했다.

가장 앞줄 중앙에 선 한종상씨가 유독 눈에 띄었다. 키 167㎝, 몸무게 67㎏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몸통은 단단한 기운이 풍겼고 허리는 꼿꼿했다. 새치 하나 없이 검게 염색한 머리카락은 가지런하게 고정됐다. 한씨의 올해 나이는 상수(上壽·100세)를 넘긴 102세. 그는 “나랑 같이 태권도를 시작한 수련생들이 이젠 몸이 아파서 못 나오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한씨가 태권도에 입문한 것은 11년 전인 91세 때다. 인삼 농사를 그만두고 무료함을 느끼던 차에 집 근처 문화회관에 붙은 ‘실버 태권도 수련생 모집’ 포스터를 보고 무작정 신청서를 냈다. 그렇게 태권도를 시작해 11년째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복을 챙겨 입는다.

그는 지난달 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시니어 태권도 경연 대회에서 여러 동생을 제치고 동상과 최우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비결을 묻자 그는 “내가 나이가 제일 많으니 챙겨준 것 아니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그가 전국 실버 태권도 대회를 누비며 따낸 메달과 트로피만 20개에 달한다.

한씨의 침대 옆에는 2㎏짜리 아령 두 개가 놓여 있다. “젊을 적 목공소에 출근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새벽 5시면 눈이 떠진다”는 그는 일어나자마자 아령부터 잡는다. 횟수를 세기보다 20분간 꾸준히 팔 근육을 자극한다. “팔에 힘이 들어가고 탄탄해야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팔 운동 후에는 훌라후프를 돌리며 허리와 몸통을 단련하고,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나서야 아침 식사를 한다. 식단은 소박하다. 딸이 만들어준 나물 반찬에 고기나 생선 같은 단백질을 반드시 곁들인다. 밥은 딱 반 공기만 먹는다. 술은 체질에 맞지 않아 평생 멀리했고, 담배는 하루 한 갑 정도씩 피우다가 75세에 단번에 끊었다.

한씨는 “건강만큼이나 남들한테 단정하게 보이려고 신경을 쓴다”고 했다. 집 안방과 거실, 화장실 등 손 닿는 곳마다 빗을 놓아뒀다. 수시로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직접 새치를 염색한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젊어야 마음도 젊어지는 법”이라며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하다고 외관 가꾸기를 소홀히 하면 누가 함께 어울리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그는 가구 만드는 일로 평생 가족을 부양했다. “젊을 적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오히려 지금 몸이 더 튼튼한 것 같다”는 그는 지난해 3월, 78년 동안 동고동락한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텅 빈 듯한 적적함을 달래준 것도 다시 태권도였다. “혼자 남은 삶이 적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요. 하지만 매주 두 번 도복을 입고 동생들과 어울리면 외로움이 달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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