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19세 소녀 가장의 목소리가 ‘미스트롯4’ 무대를 가득 채웠다.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며 두 동생을 책임지고 있는 완이화(19)는 마스터 예심 무대에서 유지나의 ‘모란’을 불렀다.
그리 길지 않은 삶의 무게가 노래에도 고스란히 실렸다. 무대가 끝나자 ‘하트 18개’가 켜졌고, 박세리 마스터는 “가장이라는 무게가 너무 무거울 것 같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1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4’는 한 참가자의 삶을 비추는 장면으로 마스터 예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완이화는 미얀마 소수 민족인 카렌족 출신이다. 본명은 완이화 퐁파타난던. 여섯 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고, 지난 2016년 어머니와 두 남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기역·니은’도 모른 채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 입학했지만, 맏딸로서 책임감을 짊어지고 자랐다.
아버지는 생전 미얀마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대신해 무대에 섰던 인연으로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가요제와 오디션을 거치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2018년 이주민 가요제를 계기로 주목받았고, 2020년 KBS ‘트롯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무대 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22년, ‘불후의 명곡’ 출연을 앞두고 어머니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녹화를 불과 일주일 앞둔 순간이었다. 당시 완이화는 “이 무대는 꼭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고 했다. 이젠 홀로 두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 그가 다시 도전한 무대가 ‘미스트롯4’였다. 그는 “두 동생과 한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스트롯4’는 완이화의 무대를 비롯한 마스터 예심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본격적인 본선 1차 팀 대결에 들어갔다. 예심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이제 개인이 아닌 팀으로 무대에 올라 생존을 건 경쟁에 나섰다. 본선 첫 관문은 한 장르에서 두 팀이 맞붙어 승리한 팀만 살아남고, 패배 팀은 전원 탈락 후보가 되는 팀 데스매치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스터 평가에 더해 현장을 찾은 200인의 국민대표단 표심이 반영되며, 첫 대결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가장 치열했던 승부는 대학부가 나선 ‘록 트롯’ 대결이었다. 간호대생 길려원, 현대 무용 전공 유수비, 국악과 윤예원이 뭉친 대학부와 ‘현모양처’ 구희아, 무속인 최희재, 미국 마이애미에서 온 니나, 한의원 직원 이제나가 있는 직장부A는 각각 ‘날이 날이 갈수록’과 ‘마음 약해서’를 파격적인 록 트롯 무대로 재해석하며 팽팽히 맞섰다. 마스터 점수는 8대 8 동률을 이뤘고, 승부는 국민대표단의 단 한 표에서 갈렸다. 현장 투표 결과 대학부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본선 시작부터 무대의 긴장감은 최고조가 됐다.
‘국악 트롯’ 대결에서는 유소년부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100만 유튜버 윤윤서, 고교 1학년 김수빈, 옌볜(延邊) 출신 전하윤, 초등학교 4학년 배서연, 미얀마 난민 소녀가장 완이화로 구성된 유소년부는 ‘흥아리랑’을 시원한 가창과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풀어내며 타장르부B를 제쳤다. 국악인재 홍성윤, 생황 연주자 허새롬, 가요제 대상 신현지, 고구려북 황현송이 있는 타장르부B 역시 ‘아라리’로 울림 있는 무대를 완성했지만, 결과는 12대 5로 유소년부의 승리였다. 박선주 마스터는 무대를 두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평했다. 본선 1차 첫 관문에서는 대학부와 유소년부 등 ‘젊은 피’가 통과하며 세대 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스터 예심을 통해 선발된 진선미도 함께 공개됐다. 진(眞)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정통 트롯의 정수를 보여준 현역부 이소나가 차지했고, 선(善)은 타장르부 국악 인재 홍성윤, 미(美)는 대학부 간호대생 길려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날 치열한 예심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팀은 총 53팀. 오는 8일 오후 10시 방송에서는 팀 데스매치와 함께 1대1 데스매치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