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뒤 안산(鞍山)에 가면 허리가 꼿꼿한 90대 노신사(老紳士)를 만날 수 있다. 풍산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류목기(92) 병산교육재단 이사장은 한여름 장마에도, 겨울철 폭설이 내려도 매일 안산에 오른다. 산길 오르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건 30대 시절부터 변하지 않고 지켜온 삶의 루틴이다. “다리 힘이 있어야 허리, 상체까지 끄떡없이 유지됩니다. 우리 나이에 다리에 힘 빠지면 다 끝나는 거예요.”
그는 ‘소식다동(小食多動)’을 자신의 건강 철학으로 소개했다. 조금씩 먹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생활하는 것이다. 그는 대학생이던 20대 때 밥을 급하게 많이 먹는 식습관 탓에 위장병을 얻어 심한 고생을 했다. 약으로 낫지 않자 방안에 틀어박혀 보름간 물만 마시는 ‘단식’을 단행했다. 이런 극단적인 처방 후 미음부터 시작해 아주 조금씩 죽을 먹어가며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나쁜 식습관의 폐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말했다.
산길 걷기는 ‘소식’으로 위장병을 고친 이후 ‘다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들인 습관이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류 이사장은 대구 달성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할 때부터 10리 언덕길을 걸어서 출퇴근했다. 서울에 자리를 잡고 나선 매주 일요일 북한산 정상을 찍고 돌아왔다. 70대에 접어들면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걸 피하기 위해 매일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산에 오르는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습관 덕분에 당뇨도 없고, 흔한 혈압약도 먹지 않는다. 류 이사장은 “건강을 해치는 ‘삼백(三白)’, 즉 쌀밥, 설탕, 소금을 멀리한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는 양배추, 양상추, 치커리, 연두부 등을 넣어 만든 샐러드와 삶은 달걀로 해결한다. 점심 때 지인을 만나서 식사를 할 때도 시금치나 도라지 같은 나물 위주로 먹고, 특히 흰쌀밥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우족을 푹 고은 국물도 간을 하지 않아 맹물처럼 싱겁게 먹는다. 저녁에는 소화가 잘되는 죽을 먹는다.
1933년 경북 안동 전주 류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그는 교사, 공무원을 거쳐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서 일하다 행정부원장에 올랐다. 신아여행 대표, 한솔상호신용금고 대표 등을 지냈고 2002년 고향이 같은 풍산그룹 류찬우 창업주에게 스카우트됐다. 풍산에서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맡았지만, 풍산 류씨인 류 창업주와 친인척 관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할 때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손님 접대로 와인을 마셔야 하는 자리에선 종업원에게 부탁해 ‘간장 탄 물’을 와인인 척 마신 적도 있다”며 “색이 감쪽같이 비슷하다”며 웃었다. 몸을 수시로 움직이는 것도 철저하게 지켰다. 해외 출장을 갈 때면 꼭 운동화를 챙겨 다녔다고 한다.
“예전에 누가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구십여섯까지 일하고, 백 두 살까지 살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구십 넘게 살아 보니 다리 건강이 몸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제일 크더라”며 “다리가 튼튼해서 그런지 얼굴에도 멀쩡한 티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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