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얼마나 고생 많으셨어요. 대한민국 땅에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손명화(63) 국군포로가족회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90대 노인 3명을 손수 모시며 말했다. 이들은 국내에 6명밖에 남지 않은 국군 포로 생존자들이다. 국군포로가족회는 이날 국군 포로 생존자 유영복(95)씨, 이대봉(94)씨, 이선우(95)씨를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군 포로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에 생포되어 포로로 끌려갔던 대한민국 국군을 말한다. 이선우씨는 1930년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나 21세가 되던 해 6·25전쟁에 나가 최전선에서 싸우다가 중공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이후 탄광 노동에 동원돼 갖은 천대를 받던 이씨는 2006년 홀로 탈북해 53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이씨는 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손가락이 2개만 남은 왼손을 들며 “북한에선 국군 포로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며 “늦게나마 내 나라 내 땅에 다시 찾아와 이렇게 대우받으니 행복하다”고 했다.
비슷한 삶을 살아온 국군 포로 유영복씨와 이대봉씨도 식사로 나온 갈비탕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유씨는 “좀 더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모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도 “이렇게 모이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씨도 “집에 가만히 있다가 오랜만에 이렇게 모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남은 국군 포로 생존자 3명은 이날 건강 문제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국군 포로의 가족이기도 한 손 대표는 2021년부터 매년 국군 포로 생존자들을 초청해 식사하고 있다. 1962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난 손 대표는 6·25 때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끌려가 탄광에서 평생 일하다가 사망한 부친의 유해를 갖고 지난 2005년 탈북했다.
이날 모인 국군 포로 생존자들은 ‘국군 포로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국군 포로를 위한 특별 훈장 제정’ 등의 내용이 담긴 요청서를 작성해 대통령실에 보내기로 했다. 손 대표는 “국군 포로의 경우 명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며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싸운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한다면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