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기아대책 본사에서 만난 후원자 김경희씨와 남편 양은혁씨, 강보영씨와 어머니 김기정씨./ 한영원 기자

“‘돈 좀 번 뒤에 기부하자’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평생 부족한 게 돈이에요.”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국제 구호 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 본사에서 만난 후원자 강보영(49)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강씨는 중학교 때 교회 수련회를 갔다가 기아대책 문구가 적힌 저금통을 받았다. 남은 용돈 자투리만 넣어도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들었다. 저금통에 100원짜리 동전을 채워가면서 ‘나눔’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이후 40년 가까이 남는 돈을 기아대책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기부는 결코 대단하거나 무거울 필요가 없다”며 “나눔엔 ‘무게’가 없다”고 했다.

기아대책은 1989년 설립됐지만, 후원 내역을 등록하기 시작(1995년)한 지 30년을 맞아 이날 ‘함께한 30년, 이어갈 희망’ 행사를 열었다. 강씨는 이날 “취업하기 직전 여유 자금이 너무 없어 비정기적 기부에만 참여했다”며 “크리스마스 때마다 기아대책을 통해 후원받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감사합니다. 덕분에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라며 보내는 편지를 보고 1대1 후원을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취업한 뒤 캄보디아 소녀를 후원했다. 그는 “작은 꼬마였던 소녀가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경희(68)씨는 30년간 기아대책을 통해 14명의 아동을 후원했다. 김씨는 “후진국일수록 여자 어린이들이 공부할 기회가 없다는 걸 내 경험으로 잘 안다”고 했다. 김씨는 “1976년 대학교에 입학할 때 ‘여러분(여성 대학생)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성들도 남자들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나눔의 삶’을 선택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인연을 맺은 페루 소녀 로시타 에스코발 하우니(당시 6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떠난 편부모 가정의 하우니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했다. 김씨는 “깡마른 꼬마였던 하우니의 사진을 보고 매달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후원했다”며 “자랑할 것도 없고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동행한 남편 양은혁(72)씨는 아내의 어깨를 토닥이며 “장하다”고 했다. 양씨는 30년 전 아내가 후원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기아대책 고액 후원자인 문공현(57) (주)포스텍·큐담 대표가 ‘대를 잇는 나눔’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딸의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아프리카 토고에 유치원을 세웠다. 문 대표는 “나눔이 가문의 전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