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태어난 황의중 학교법인 산내의숙 이사장은 말 그대로 ‘한 세기’를 건강하게 살아온 원동력으로 ‘걷기’를 꼽았다. 1950년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 동강중학교를 설립해 줄곧 교육자로 살아온 그는 30대부터 매일 30~40분씩 집과 학교 주변을 걸었다. 새벽 5시 기상해 해가 있든 없든 집 밖으로 나갔다. 느긋하게 다니는 게 아니라 ‘조금 빠르다’는 느낌의 속도로 걷는다. 그의 장남 황진연 부산대 명예교수는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아버지가 이미 운동을 마치고 땀을 닦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쌀쌀해진 요즘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실내에서 흔들의자로 배와 등, 허리 같은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도 한다. 다리로 의자를 밀고 허리로 힘을 주는 식으로 하루 1000번씩 의자를 흔든다. 코어 근육이 탄탄해서인지 그는 100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리가 꼿꼿했고, 걸음도 정정했다.
황 이사장은 “부산 학교에서 일하던 40대 때 우연히 골프를 시작한 뒤부터 걷는 양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80대인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에이지 슈터’(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치는 골퍼)였다고 한다.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80대 후반 타수를 기록했지요.” 마당에서 시범 삼아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그의 하체는 중심이 잘 잡혀 있었고, 부드러운 허리 회전도 인상적이었다.
2023년 차가 전복될 정도의 큰 교통사고로 조수석에 있던 황 이사장은 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기초 체력 덕분인지 가족들도 놀랄 만큼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사고 이후 골프 라운드 횟수가 줄어 최근에는 분기에 한두 번 필드에 나갔다. 작년 5월엔 밀양의 단골 골프장에서 백수(白壽·99세) 기념 골프 모임도 가졌다.
젊은 시절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중학교에 못 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황 이사장은 1950년 동강중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한 달 만에 6·25 전쟁이 터져 학교는 피란 막사로 징발됐고,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 이사장은 동강중 초대 교장을 맡은 뒤 부산 지역 중·고교 등에서 교장으로 일하다 1980년대 후반 다시 밀양으로 돌아왔다.
그는 평생 식탐을 부린 적이 없다고 했다. 고령인 것을 감안해도 식사량이 남보다 적은 편이다. 밥은 잡곡을 섞어 대추나 우엉, 약초 우린 물로 짓는다. 반찬은 여러 종류가 있어도 한두 번만 젓가락을 댄다. 술은 가리지 않는데, 작은 잔에 딱 한 잔만 마신다고 했다.
황 이사장은 “불필요한 생각이나 행동을 삼가고, 아무리 즐거워도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건강에도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다리가 붓는 것 같아 병원에 갔던 그는 “의사가 ‘다리 괜찮아요. 그 연세에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해줘 절로 웃음이 났다”고 했다. “계속 걸을 수 있어 안심이 됐죠. 병원에 갔다가 기분이 좋아져 집에 올 수 있는 것도 큰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