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사법연수원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맡았던 김시철 사법연수원장이 ‘이혼·상속 실무 사례 연구’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펴냈다. 2022~2024년 서울고법 가사 전담 재판장을 3년간 지내면서 자신이 판결한 이혼과 상속 소송 26건을 분석해 소개했다.

김 원장은 책에서,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는 혼인 관계를 깨뜨린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여 년간 외도한 남편이 거꾸로 아내에게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1심의 위자료 3000만원을 2억원으로 크게 올린 사건을 사례로 제시했다. 통상적인 위자료 범위를 초과하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김 원장은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 관계를 파탄시킨 데 상응하는 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작년 5월 최태원·노소영 이혼 사건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분할해주고 위자료도 20억원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1조가 넘는 재산 분할액과 1심의 위자료 1억원을 사상 최고액인 20억원으로 올려 논란이 됐다. 김 원장은 당시 판결문에서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 “일부일처제”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징벌적 판결”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김 원장이 선고한 위자료 20억원은 확정했지만,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원장은 책에서 이혼 소송 위자료가 1991년 이래 수십 년간 5000만원 미만 수준으로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동차 손해배상 사건의 위자료(기준액)는 1991년 3000만원에서 2007년 6000만원, 2015년 1억원 등으로 높아졌는데, 이혼 위자료(평균액)는 2006년 2289만원에서 2014년 2416만원으로 물가 상승률(1.6배)에도 못 미치는 1.05배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재혼 부부의 이혼 사건에서 전업주부 아내가 30여 년간 시모를 봉양한 기여를 인정해 재산의 절반을 나눠 주라고 판결한 사례도 소개했고, 최근 급증하는 상속·유류분 분쟁 판례도 다양하게 분석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0년 서울형사지법(현 중앙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5년부터 10년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그중 2022년부터 3년간 가사 전담 재판부에서 이혼·상속 사건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