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92) 춘당장학회 이사장은 매주 토·일요일엔 2시간씩 테니스 시합을 한다. 경기 김포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에 나가 동호회원들과 2대2 복식경기를 즐긴다. 테니스장에서 만난 그는 90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놀림이 가벼웠고,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결코 날쌔다고 할 순 없지만, 상대의 샷 방향을 미리 읽어내는 ‘고수’의 움직임이었다. 동호회 후배들은 “체력과 집중력이 정말 놀라운 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홍 이사장은 졸수(卒壽·90세)를 넘기도록 팔다리 튼튼하게 살아온 ‘수퍼 스트롱’의 전형이다. 군 생활 뒤 지방 행정 공무원으로 정년을 맞았고, 은퇴 이후에도 특별한 병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포군청 과장이던 1981년 당시 군수의 권유로 처음 테니스를 접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던 군수님이 과장들에게 테니스 라켓을 사주며 같이 치자고 했는데, 다 떨어져 나가고 나는 재미를 붙였다”며 “이후 40년 넘게 주말마다 테니스를 친 덕분에 체력은 물론 순발력과 집중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테니스에 푹 빠진 그는 1990년대 김포테니스연합회 1·2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테니스를 치지 않는 평일엔 자전거를 탄다. 홍 이사장은 매일 새벽 로드 자전거로 자택에서 김포 용화사까지 왕복 약 16㎞를 달린다. 그는 “다른 자전거 동호인들을 만나 차나 미숫가루 등을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2011년 발목 골절 이후 재활 운동 차원에서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또래들과 ‘새달모(새벽을 달리는 모임)’를 만들기도 했다.
90대라고 믿기지 않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거창한 목표를 세워 이루려고 노력한 적은 없고, 규칙적인 생활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난다. 독서로 잠을 쫓고, 계란 1개를 프라이로 해 먹은 뒤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초저녁에 자고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은 10대 때부터 80년째 지키고 있다. “국민학생 때 어린 동생들 돌보느라 낮에는 공부할 짬이 없었고, 새벽에 호롱불 켜서 책을 보거나 숙제를 하면서 익숙해진 습관”이라고 했다.
종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에 비해 식사량은 많지 않다. 콩을 수북이 넣은 밥을 성인 밥공기의 반 정도만 먹는다. 반찬은 세 가지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찬물 대신 두충나무 껍질을 감초, 계피, 대추와 함께 약탕기에 달여낸 물을 미지근하게 마신다.
짠 음식을 꺼리지 않고, 매일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신다. 그래도 당뇨나 성인병 등이 전혀 없다고 한다. 홍 이사장은 “음식은 내 입에 맛있는 게 보약”이라며 “몸에서 뭔가 부족하면 그걸 공급해 달라는 신호가 오고, 즐겁게 먹으면 된다”고 껄껄 웃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았다.